[동호동락] 최형진 <두산백화 영업담당이사> .. '한울회'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태어난 고향이 있다. 때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러가지 이유로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필자의 고향은 명사찰 화엄사와 영산인 지리산이 함께 어우러져 있으며 장수촌으로도 알려져 있는 전남 구례군 마산면이다. 대개의 절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가람 배치를 하지만 화엄사는 각황전이 중심을 이루어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고양하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가 유독 고향을 강조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함께 웃고 울고했던 고향친구 10명이 그동안 헤어져 각자의 길로 가다가 20여년만에 다시 모여 지난 91년1월1일 새로운 모임을 결성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모임의 이름을 "한울회"라고 부르는데 구례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가족과함께 고향의 정취를 재음미해 보는 모임이라는 뜻에서 한울회라고 명명했다. 필자가 초대회장이 되어 분기에 1회씩 휴일을 택해 온가족과 함께 전국의 유명사찰을 방문하고 있다. 한울회는 회원들이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까닭에 발족 당시에는 참석률이 저조하였지만 다섯해가 지난 지금은 회원들보다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석하여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현실에서 조그만 안식처가 되고있다. 한울회는 회원들의 심신단련 및 유명사찰 탐방으로 옛 선열들의 얼을 되새기고 문화유적 답사를 통해 자칫 소홀하기 쉬운 역사의식을 재조명해보고 소멸되어가는 국가관 사회관등을 정립시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산교육장으로 활용하는데 주된 목적을 두고있다. 또 타락한 도덕성을 내가정 내친구들로부터 회복해보자는 작은 희망으로돛을 띄웠다. 작년 8월 방학을 틈타 여주 신륵사를 탐방하였을 때의 일이다. 절 입구전까지는 재잘거리고 덤벙대고 무질서하던 대열이 매표소에 이르자 누가 뭐라하지도 않았는데 모두가 경건한 마음자세와 정돈된 행동으로 사찰탐방준비를 하는것을 보고 모두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음에내심 흡족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는 많은 모임과 단체가 있지만 자기들만의 목소리만 높이고 다른 사람의 작은 소리에는 귀를 막기 일쑤다. 그 속에 우리 모임은 오염되지 않는 한줄기 청량제로 남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