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특허권' .. 업계, 이해 얽혀 물밑 신경전

최근 국제적으로 통일규격만들기에 합의한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메이커들이 특허권문제를 놓고 치열한 물밑싸움을 벌이고 있다. DVD는 오는 2000년 하드만으로도 3조엔 소프트를 포함하면 10조-12조엔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시장이다. 특허료를 1%로 가정하더라도 총액이 3백억엔에 달하게 돼 1조엔이상의 매출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는 이야기다. DVD특허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관련특허의 합계가 수천건에 달할만큼 너무 많다는 점에 있다. 예를들면 필립스는 광디스크전반을 포함하는 디스크제법에서 강력한 기본특허를 갖고 있다. 톰슨과 파이오니어사등도 디스크제법에 관해 독자적인 유력특허를 갖고 있다. 히타치와 빅터는 가변전송레이터로 불리는 신호처리기술에서 마쓰시타는 DVD램에 사용되는 상변화방식 이란 기록기술에서 각각 독자특허를 갖고 있다. 또 동화압축의 국제규격인 MPEG2 에 관한 특허는 도시바등 여러회사가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규격통일때 자사규격을 대폭 양보한 소니역시 동화압축부문등 여러부문에서특허를 갖고 있다. 따라서 각사들의 특허에 관한 합의는 대단히 복잡하고 힘든 과정이 연속되고 있다. 업계가 특허문제에 대한 합의는 뒤로 미루고 규격부터 서둘러 합의한 것도이같은 복잡한 사정이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가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토하는 있는 방안은 각사가 보유하는 특허를 일원적으로 관리하는 신회사를 설립해 여기서 특허료수입을일괄해 처리하는 것이다. 신회사는 각메이커에서 라이센스료를 징수하고 특허의 중요도에 맞춰 각사에 배분한다는 구상이다. 신회사설립은 각사가 개별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상호청구를 상쇄하고 지나친 라이센스료부담을 막아주는 한편 원가상승요인을 억제해 DVD시장의 조기활성화를 꾀할 수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안에 대한 합의도 순탄치 못하다. 각기업이 보다 많은 로열티를 받기 위해 자사의 특허를 보다 중요한 기술로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톰슨사의 경우는 특허의 일원관리자체에 노골적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특허를 관리하는 것이 보다 많은 이익을 보장한다는 생각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가전업체들은 VHS개발메이커인 빅터와 컴팩트디스크를 만들어낸 소니.필립스사등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매년 수십억엔의 라이센스수입을 얻고 있는 점을 부러워하고 있다. 불황의 시대에서 비용이 들지 않는 특허료수입이야말로 정말 짭짤한 보탬이되기 때문이다. 파이오니어 켄우드사등이 95회계연도(95.4-96.3)중 대폭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소니도 경상이익이 5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등은 업체들이특허료수입에 민감히 매달리는 배경을 충분히 읽게해 준다. 마쓰시타 도시바 히타치등 가전각사는 올 가을부터 영화용플레이어를 비롯한 DVD관련 제품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월 8만-30만대정도로 생산규모도 이미 책정해 놓고 있어 특허료합의를 위한 시간여유는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각업체가 지금처럼 자사의 로열티수입증대에 메달리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DVD의 대중화가 지연돼 업계전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 본격생산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업계가 과연 원활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도쿄=이봉구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