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시론] WTO체제 1년 .. 박태호 <대외경제정책연 부원장>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86년부터 7년여간 지속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도출해낸 "신세계 교역규범"을 관리하기 위한 국제기구로 지난해에 출범했다. WTO는 출범 첫해를 맞아 조직구성, 회원국 확대, UR협상결과 이행의 촉구,UR후속협상의 추진, 분쟁해결절차의 확립, 무역정책검토 제도의 실시,개도국및 전환국에 대한 지원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업실적을 남겼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을 면밀히 보면 진전이 미흡했던 면도 적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WTO체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하루 빨리 신뢰성과 실효성을 겸비한 다자간 교역기구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WTO가 전세계를 대표할수 있도록 회원국을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역무역협정이 개방적이고 WTO규정과 일치되도록 항시 감시하는 내부기구의 설치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와 관련, 중국 러시아 베트남등 현재 WTO가입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는 29개 국가들이 빠른 시일안에 WTO의 정식 회원국이 될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현재 UR 후속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본통신과 해운서비스협상이 순조롭게 종료될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셋째 통고의무의 이행이 보다 성실하게 이루어지도록 WTO내에 통고의 내용을 보다 정확히 점검할수 있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WTO 분쟁해결절차가 분쟁해결을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이 절차의 효율적 개선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WTO는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통상 이슈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이들 이슈에 대한 국제규범의 제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게 바람직하다.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교역체제의 강화는 배타적 지역주의의 확산을 억제하고 힘의 논리에 근거한 일방적 또는 쌍무적 통상압력을 저지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외 의존도가 높고 특정 지역무역협정에 속하지 않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WTO의 강화에 대외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국익을 극대화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WTO체제밖에서 쌍무적으로 다루기 힘든 중국 러시아 등의 WTO가입을 기본적으로 지지하는게 좋다. 단 "무임승차"하는 일이 없도록 대처할 필요가 있다. 또한 UR 협상결과에 대한 차질없는 이행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특히 매우 저조한 것으로 지적된 통고의무의 성실한 이행에 모범을 보이는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WTO 분쟁해결절차를 보다 능동적인 차원에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베네수엘라와 브라질과 같은 개도국의 제소에 의해 WTO패널이 미국의 환경기준을 불공정하다고 판결내린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또한 WTO에 제소된 분쟁의 대부분이 기술 무역장벽 위생및 검역조치 등 국내제도와 관행에 있음을 주목, 한국도 무역관련 제도와 관행을 WTO 규범에 일치시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펴나가야 할 것이다. 이밖에 96년 중반에 개최될 예정인 한국의 무역정책에 대한 제2차(제1차는1992년에 실시)검토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특히 새로 편입된 서비스, 지적재산권, 무역관련 투자시책 등에 대해선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올12월 싱가포르에서 WTO 각료회담이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 한국은 WTO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환경 투자 경쟁정책등 새로운 통상이슈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정립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WTO체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