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기획] 한국기업 해외본사 1년..현지법인 기능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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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일본본사는 지난해 10월 현지신문에 신입사원 모집공고를 낸적이 있다. 본사체제가 구축된 만큼 알음알음으로 뽑던 그간의 관행에서 벗어나 공개적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취지였으나 내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서접수를 마감하고 서류심사에 들어간 삼성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예상밖으로 도쿄대 와세다대등 일본의 명문대 출신들이 대거 몰려 왔기 때문. 과거 현지법인별로 소수인원을 모집할 때는 꿈도 못꾼 일이었다. "본사제도가 갖는 시너지효과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삼성그룹 비서실 손건수차장) 국내기업들이 잇달아 해외본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1월1일 미국 동남아 유럽 중국등 5개 지역에 해외본사를 설치한 삼성그룹이 시초일 정도로 불과 1년 남짓한 역사이지만 국제화 세계화물결과맞물려 해외본사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추세다. 대우전자가 지난해 12월 유럽 CIS 등지에 해외본사를 설립한데 이어 LG그룹도 지역본부제라는 이름으로 미주 유럽 동남아 중국 일본에 해외본사를 두는 "5극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대우전자의 경우 올해와 내년에 걸쳐 미주및 아시아지역에도 해외본사를 설치한다는 계획까지 세워 놓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이처럼 해외본사제도를 다투어 도입하는 목적은 크게 세가지. 현지법인들간의 역내 기능통합을 통한 시너지창출 그룹 차원의 통합된지역전략 수립 현지 특성에 맞는 경영체제 강화 등이 그것이다. 이중 시너지효과는 금융과 인사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인사분야의 시너지효과는 삼성그룹 일본본사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 인사분야에서의 시너지효과는 단순히 인력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인력양성 측면에서도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노무관리를 현지법인별로 할 때는 현채인을 제대로 교육시키는게 불가능했다. 교육대상 인원이 워낙 적어 따로 교육체제를 갖추는게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사제도하에서는 역내 현지법인의 현채인에 대한 집체교육이 가능해진다. 금융분야의 시너지효과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서로 다른 기업끼리 눈만 마주쳐도 시너지효과를 낸다"(김영준 LG전자 부사장)는게 금융의 특성이다. 각사 현지법인을 하나로 묶어 해외본사에서 일괄적으로 금융을 일으키면 그만큼 금리에서 우대를 받을 수 있다는건 불문가지. 해외본사의 두번째 목적인 "통합된 지역전략수립"은 한마디로 말해서 해외사업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자는 것. 예를 들어보자. 가령 A사가 중국의 소득 수준을 과대평가해 고가품 위주로 현지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과오를 범했는데도 뒤이어 나간 B사가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해외본사를 두어 통합된 사업전략을 수립하면 적어도 이런 시행착오의 가능성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해외본사의 세번째 취지인 "현지특성에 맞는 경영체제 강화"는 현지화내지지역내의 인사이더(Insider)화를 의미한다. 삼성이 해외본사대표에 "코퍼리트 앰배서더(기업대사)" 역할을 맡기고 있는게 이를 대변한다. 현지 정부나 주민과의 유대관계를 구축해 인사이더가 되겠다는 것이다. 현지화와 관련해서는 현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디자인개발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삼성은 현재 미주 유럽 일본등 3개지역 본사 소속으로 디자인분소를 두고 있다. 연내에 동남아와 중국 본사에도 설치할 예정이다. 대우전자도 유럽본사와 CIS본사에서 현지특성에 맞는 디자인개발을 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본사는 아직 어려움도 많이 안고 있다. 각 계열사의 현지법인 사령탑과 해외본사 사령탑간에 갈등이나 의견충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사권이다. 삼성의 경우만 해도 현재 해외법인 인력에 대한 인사고과는 각 현지법인과 해외본사가 별도로 고과를 매기는 식으로 이원화돼 있다.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외본사라는 조직이 매트릭스조직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해외본사제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해결과제는 지주회사 설립이다. 해외본사가 명실상부하게 역할을 하려면 역내 모든 법인을 법적으로 연결하고 운영도 관장하는 지주회사 형태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삼성그룹이나 대우전자의 해외본사는 별도법인 형태가 아니라기존 현지법인중 하나의 위상을 격상시킨 운영본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최근 LG전자 (주)대우등이 중국에 지주회사를 설립했고 삼성전자도 중국내 지주회사설립을 추진중이지만 이들 회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지주회사(holding company)는 아니고 투자회사(investment company)에 가깝다. 이들의 역할은 현지법인에 대한 투자가 주목적인데다 투자대상도 본연의 의미의 지주회사에 비해 매우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기업들의 해외본사가 지향해야할 과제는 지주회사로의 발전적 변신이라고 할수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는 이미 그같은 방향으로의 발전계획을 수립해둔 상태다. 오는 2000년에는 해외본사에 대해 완전독립채산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