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세계대국 될 중국의 안목

냉전해소 이후 충만했던 인류의 평화희구는 여러지역 인종-종교간의 끊일새없는 유혈로 얼룩져 왔다. 그러나 대만 해협을 뒤덮고 있는 전운은 그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대규모 전쟁을 유발할지도 모를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훈련이 끝나기 무섭게 중국군은 해협 중간선을 월경하여 2단계로 해공군 합동의 실탄훈련을 오늘 개시한다고 예고해 놓고 있다. 전군비상 아래포사격 훈련, 잠수함 초계에 들어간 대만군의 대응 또한 아세안3국과 해공군기지 사용을 위한 협상에 착수하는데까지 에스컬레이트가가속중이다. 이미 전개중인 장비 일원등 전력에다기가 승한 쌍방의 전의로 보아 한치앞을 점치기 힘들만큼 숨가쁘다. 더욱 21일부터 대만선거이후까지 상륙훈련과 경제봉쇄로 단계를 높이겠다는중국측의 위협적 의도가 한꺼풀씩 노출되고 있다. 한술 더떠 무력을 이용하여 대만과의 통일을 보장하라는 등소평의 지시가 있었다는 보도도 홍콩 명보에 게재됐다 한다. 대만총통의 방미로 중.대.미 3각시비가 일기까지 인적.물적교류 경제협력등한반도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던 양안접근 분위기가 1년사이 이리도 급전직하함은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다. 비교적 강경하던 미국의 대중 견제도 일단 주춤, 미함대의 해협내 이동이란50년대 상황 재현은 힘들다고 보는게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려할 일은 무엇보다 순간적 실수나 오인에 의한 전쟁촉발이다. 그렇다면 이같이 끝도없이 모험을 마다않는 중국 지도부의 초강경 노선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기본적으로 한반도와 다른 점은 양안간 확대일로에 있는 국력 격차다. 성장을 할수록 중국은 대만문제를 순전한 국내문제로 본다. 그 위에 내부사정이 겹쳤다. 등사후를 대비한 강주석 체제는 군부를 필두로 한 경쟁세력의 압도가 절실하며 독립추구경향의 이등휘총통 재선 방해에도 초강수가 이롭다는 계산이 섰다고 봐야 한다. 이총통도 위축일로의 대만위상 제고가 유리하다고 본 점에서 마찬가지이나 중국이 모험을 무릅쓰리란 계산이 있었는지 확실치 않다. 솔직히 우리는 이 양안문제를 중국 내부문제가 아니라며 간섭하기도 힘든 처지에 있다. 그러나 꼭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 있다. 그것은 그로 말미암은 여파를 같은 동아시아 일원으로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수 없는 점이다. 대화로 해결할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닌 대만문제를 저렇게 무력방식에 호소함을 보고도 그속에서 강한 모험주의를 잃지 않기는 힘들다. 4강에다 아세안 인도아등 제세력이 경합하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이같은 방향설정은 군비경쟁 촉발의 개연성을 충분히 안고 있다. 아무리 이데오로기 대립을 무국경 세계화로 대체 극복한다 외쳐도 결국 인류는 민족을 핵으로 하는 국민국가의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게 아닌가. 세계 지도국의 위치에 다가서는 중국이 이 문제를 놓고 인류 공통의 운명,아시아인의 미래를 천착하는 일은 당연한 의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