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노사현장을 가다] (4) 독일 크룹사 .. 협력원칙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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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센 = 김희영 기자 ] "노사관계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다양한 관심과 이익에 따라 합의를도출해가는 과정이다" 세계적인 철강회사인 독일 크룹그룹의 종업원평의회의장 알프레드 딜저씨의 노사관이다. 독일 루르공업지대의 한축을 이루고 있는 에센시의 도심을 통과해 북쪽외곽으로 나가면 알텐도르프거리에 8층높이의 크룹본사건물이 위치해 있다. 전세계에 3백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이다. 연간 4백45억마르크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기업답게 본사건물 반경 1km가대부분 크룹의 공장들로 채워져 있다. 오랜 전통을 상징하듯 대부분의 공장건물이 벽돌로 지어져 있고 본사건물도수수한 벽돌건물이다. 모두 6만6천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크룹의 노사관계는 정밀한 조직관리와 완벽한 대화통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룹전체를 총괄하는 종업원평의회가 있는가 하면 자회사를 6개 소그룹으로분류, 소그룹별 종업원평의회가 있다. 개별기업에도 평의회가 조직돼 있어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평의회는 노사간 이익분배의 제도화와 근로조건개선을 기본이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익대립이 없을수 없지만 평의회는 노사간의 갈등이 회사발전에 전혀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화합과 협력을 전제로 자기몫을 찾고있다. 사용자측도 대등한 파트너로 노조를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크룹사도 국제경쟁력의 저하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난 93년 7만3천3백여명이던 근로자가 1년만에 6만6천1백여명으로 줄어들만큼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그룹매출의 40%이상을 점하던 철강제품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자동차부품등 고부가가치 창출쪽으로 주업종이 이동하고 있어 인력조정이 당면 과제다. 지난 87년 경영진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라인하우젠과 도르트문트의 철강공장을 폐쇄키로 결정을 내렸다. 실업위기에 몰린 10만명 근로자들의 시위가 간간이 벌어졌다. 하지만 노사는 대화를 통해 근로자의 이 문제를 해결했다. 두 공장의 생산성과 향후 주문감소 예상치, 기업전략 등을 공동으로 숙의한 결과 폐쇄는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됐다. 결국 노조의 요구로 1개공장만 폐쇄키로 했으며 폐쇄공장의 선택은 노조가결정키로 했다. 라인하우젠 공장은 당초 계획보다 3년이 늦은 90년에 폐쇄됐다. 도르트문트공장은 일부라인을 축소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 과정에서 10만명의 근로자 가운데 6만6천명은 계속 근무할 수 있게됐다. 비용절감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서로 양보해 최소의희생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퇴직근로자에 대한 사후관리도 철저했다. 근로자가 52세에 퇴직하면 연금을 지급키로 노사가 합의하고 모두 8억마르크를 적립했다. 타회사 전직을 위한 직업훈련은 모두 사내에서 실시했고 비용도 회사가물었다. 딜저 의장은 "사용자측에서 공개리에 공장폐쇄를 추진하면서 모든 정보를노조에 제시해와 상호신뢰속에 순조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당시상황을 설명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사공동의 노력도 구체화 되고 있다. 노조측은 생산성 향상의 첩경인 변형근로시간제에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연간 근로시간중 1백50시간을 휴가기간으로 미리 정해 놓고 주문이많아지면 언제든지 일할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어 조만간 경영진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또 지난 89년 철강부문에서부터 시작된 팀제작업에도 노조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 도입초기에는 노령근로자들이 다양한 작업요구에 응하지 못해 불만도 있었지만 노사공동의 노력을 통해 해결해 나갔다. 도입결과 근로자들의 불필요한 질병휴가가 줄어들어 생산성이 올라갔으며 임금수준도 높아졌다. 딜저 의장은 "생산성 향상이 노조의 최대관심이다. 그 이유는 임금을 더 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크룹의 카마이어 총중역은 "노사관계는 상호 긴장관계이긴 하지만 국민복지에 봉사하는 것이 회사의주요기능중 하나라는 인식도 갖고 있다"고 전한다. 독일 노사의 협력적 태도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크룹은 생산성 향상과 근로자의 고용보장을 위해 사내 재교육에도 힘을쏟고 있다. 그룹내에 재교육 프로그램을 완비하고 연간 그룹매출의 5%를 교육비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재교육을 희망하는 2천2백명의 근로자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1인당 교육비만도 3만마르크에 달한다. 크룹은 그룹차원에서 4K운동을 진행시키고 있다. 고객과 비용 창조성 대화등 4가지 분야를 주제로해 추진되는 이 운동은고객밀착영업 원가절감 경험확산등의 촉진을 통해 21세기 초일류기업으로성장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운동의 결과 벌써부터 제품배달시간이 19% 단축되는 효과를 낳고있다. 카마이어 총중역은 "크룹은 1개공장을 폐쇄하고 5개기업을 매각하는 큰희생을 치렀지만 업종조정과 노사협력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세계일류의명성을 계속 지켜 나갈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인다. 합리적 노사관계와 높은 경쟁력으로 공룡기업군을 이룩한 크룹. 이 회사도 치열해지는 세계경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사가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