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톱] 컴퓨터제품 '수명' 짧아도 너무 짧다 .. 재고 부담

컴퓨터분야에 "라이프사이클 파괴"바람이 거세다. PC,CD롬드라이브등 컴퓨터관련 신제품이 기존 제품 시장성숙단계 이전에 속속 등장함에 따라 제조업체및 소비자들이 제품전략수립과 선택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는 특히 제품의 수명이 짧아지면서 기존제품의 연구비회수및 재고처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펜티엄PC가 주력상품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펜티엄프로(P6)칩을 내장한 686PC를 놓았다. 삼성전자는 펜티엄프로PC를 그래픽등 고급사용자들을 겨냥해 가격을 7백만원대로 정했다. 또 삼보컴퓨터가 5월중에 펜티엄프로PC를 내놓을 예정이고 LG전자 대우통신현대전자등도 곧 뒤따를 계획이다. 이에따라 586펜티엄PC의 수명이 예상보다 크게 짧아지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C업체들의 펜티엄프로PC 출시경쟁이 이어지면서 연말까지 제품가가 5백만원대로 떨어져 당초 98년께로 예상되던 686PC주력화가 한층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C시장은 지금까지 신제품발표 시장성숙 차세대제품출시와 구모델퇴장등의과정을 거치는데 보통 2년정도의 사이클이 반복돼 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또 최근 8배속 CD롬드라이브를 동시에 출시하면서 시장주도권 쟁탈전에 나섰다. 국내 CD롬드라이브시장은 올해초 6배속제품이 처음 나와 4배속을 대체하려는 상황으로 펜티엄PC에 일부 장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컴퓨터관련제품 라이프사이클이 빨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시장이 이미 "세계화"됐다는 점이 꼽힌다. 국내에는 IBM 컴팩 휴렛팩커드(HP) 팩커드벨 에이서 애플등 세계적인 PC메이커들이 시장공략을 가속화하고 있고 HP는 지난달 이미 686PC를 한국시장에 선보였다. 국내PC시장은 한국업체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외국업체와의 경쟁이 보다 중요한 상황이 됐고 이들에 대응하는 공격적 전략이 곧바로 PC라이프사이클파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금까지 업체들이 "수출따로 내수따로"에 따라 수출시장에 먼저 고기능제품을 선보이던 것과는 달리 국내외시장을 동일하게 보는 것도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기대심리가 지나치게 높아져 충분히 쓸수 있는 기존 제품을 버리고 새제품을 구매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한요인이라고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라이프사이클 파괴로 제조업체들의 연구개발투자를 촉진하고연구인력 확충과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지는 긍정적 효과도 크다고 보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