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초대석] 김정희 <농림수산부 첫 여성사무관>

"영어와 경제학, 국제통상관련법 공부를 더해서 농림수산부에서 통상분야 전문가로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는 통상산업부보다 농림수산부가 할일이 많아지리라고 봅니다" 94년 행정고시(38회)에 합격, 현재 농림수산부 법무담당관실에서 수습중인 농림수산부 여성사무관1호 김정희씨(26)의 희망사항. 행시를 통해 배출된 여성인력은 지금까지 80명정도이나 농림수산부에 여성사무관이 배치된 것은 김씨가 처음이다. 그는 "통상협상무대에서 여성이 참가하지 않는 곳은 한국과 일본 뿐"이라면서 "치밀하고 꼼꼼한 것이 요구되는 통상분야에서 여성이 남성들과 보완적으로 할 일이 많다"고 주장한다. 한전에서 봉직해온 부친 김세홍씨(56)의 영향으로 공직에 대한 막연한 애정이 공무원을 택하게 된 동기가 된 것같다는 김씨는 공직에 여성들이 적다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공적인 서비스를 창출하는 공직은 여성이 자기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곳으로 한평생을 걸 만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보수가 많고 일이 편한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힘들고 어렵더라도 우수한 여성인력이 공직에 많이 참여했으면 합니다" 그는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인력이 적어져 균형감각있는 정책의 입안과 집행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농촌만 하더라도 상당수가 여성인력이지만 이에대한 배려가 부족한데 이는 정책을 입안하는 여성공무원수가 적은데 기인한다는 얘기다. 홍일점 사무관으로 일하기가 어렵잖느냐는 질문에 "주위에서 많이 도와준다"면서 "어려울 때 의논해도 좋을 선배들도 많다"고 말한다. 가장 걱정했던 것은 연배높은 부하직원과의 인간관계. 그러나 수습을 하면서보니 농림수산부의 조직분위기가 따뜻하고 융화적이어서 노력만하면 어떤 문제든 풀어갈 수 있겠더라고.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