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골프] 항상 연습하는 자세를 .. 소동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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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변호사들의 경력을 뒤져 보면 천차만별이다. 필자처럼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곧바로 개업한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판사나 검사를 하다가 개업한 변호사도 있고,군법무관으로 10년이상이나 근무하다가 개업한 변호사도 있다. 또 법무부장관이나 대법원장을 거친 변호사도 있다. 보통사람들 생각대로 돈을 많이 번 변호사도 있으나 사무실 유지도 못하여 도망간 변호사도 있다. 그들의 개성도 그들의 경력만큼이나 다양하다. 또한 그들 가운데에는 이름난 화가에 결코 뒤지지 않을만큼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사진을 잘 찍는 사람, 음악에 조예가 깊은 변호사,소설을 쓰는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젊은 변호사들 가운데에는 텔레비전의 코미디프로에 출연하거나 방송진행자로 인기 변호사도 있다. 확실히 변호사들 가운데에는 참으로 재주있는 사람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 필자가 좋아하는 정변호사님은 판사나 검사로서 또는 그밖의 다른 어떤 관료로서도 남달리 화려한 경력을 가지지는 않았다. 돈을 많이 번 것 같지도 않고 인권변호사로서 명성을 날린 것도 아니다. 소위 명변호사하고는 거리가 있는 분이시다. 그러나 그분은 정말로 신사이다. 외모가 잘 생기셨을 뿐 아니라 말을 하는데에도 기품이 있다. 그는 골프를 잘 치기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그때문에 필자가 그분을 더욱 따르는지 모른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는 그분을 따라 골프장에 갔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막내딸에게 때때로 "저 못난이, 저 못난 것"하는 투로 말했다가 어느날 그 딸이 "내가 낳아 달라고 했느냐"며 따지고들때의 곤혹스런 처지를 상기하며 늘 말을 조심히 하게 되었단다. 그러고 보니 당신의 말씀에 기품이 배어 있는 까닭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늘집에 이르러 드디어 가슴에 안고 있던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여 골프를 잘 한다"는 명성을 얻게 되었느냐고. 어렸을 때의 일이라 한다. 집안에서 머슴살이 하는 아저씨와 함께 어미소가 송아지를 낳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마침 어미소는 장차 황소가 될 수송아지를 낳았다. 그놈을 번쩍 안아든 머슴아저씨는 나이 어린 정변호사님에게 활짝 웃으면서 말을 건네더란다. "이 숫송아지를 매일 안아들게 되면 도련님께서는 황소를 드는 장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 하룻만이라도 거르게 되면 도련님은 이를 들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머슴아저씨의 그 말은 정변호사님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는 골프에 있어서도 가르침이 되었다. 연습장에 나갈 여유가 없는 때에도 정변호사님은 거실에서 골프채를 잡고 거울을 보며 스윙폼을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골프를 시작한 이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 일을 해왔단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자기더러 골프를 잘 한다고 칭찬하더라는 것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