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활] 만성피로 (1)..황인홍 <한림대 가정의학과 교수>

황인홍 TV에 나오는 광고를 보면 온통 피로에 좋다는 약뿐이다. 혹자는 피로를 복잡한 현대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때문이라고 하며 혹자는 각종 공해때문이라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성인들중에 피로를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피곤때문에 병원에 오는 사람도 매우 많아서 미국에서는 피로감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1년이면 전 인구의 5%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피로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피로는 과로 스트레스 수면부족 감기같이 비교적 원인이 뚜렷하고충분한 휴식으로 대부분 해소되기 때문이다. 원래 피로감이라는 것은 자신의 능력에 비해 무리한 행동을 했을때 나타나는 생리적 반응이기 때문에 피로감이 있다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볼 기회를 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물론 피로가 일정기간 지속되고 휴식을 취해도 회복되지 않으며 일상생활을방해할 정도로 심하다면 한번쯤은 심각하게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만성피로와 관련해 몇가지 문제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간장질환에 대해 가지는 두려움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외래에서 진찰및 검사결과를 설명해줄때 환자들의 반응을 보면 "간이 나쁘다"고 말할때 그 반응이 가장 확연하게 드러난다. 몸이 평소보다 조금만 더 피곤하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간에 무슨 문제가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이러한 신념은 꽤 뿌리가 깊은것 같은데 이는 마치 조금 어지러우면 빈혈에대해 염려하고 몸이 조금 부으면 신장질환을 걱정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모두 들어맞지 않듯이 오랫동안 피곤하다해서 간이 나쁘다고 할수는 없다. 물론 간이 나쁜 증세의 하나가 만성피곤이긴 하지만 만성피곤이 있는 사람중에 실제로 간이 나쁜 경우는 별로 없다. 오히려 만성피로의 가장 흔한 원인은 과로다. 여기서 과로란 욱체적인 과로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인 피로도 포함한다. 육체적인 과로는 휴식과 수면으로 대부분 해소되지만 정신적인 과로는 휴식과 수면으로는 충분히 해소되지 않으므로 만성피로의 원인이 되기 쉽다. 만성피로로 인해 두번째로 생각해볼 질환은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우리나라 사람의 약13%가 앓고 있는 감기만큼이나 흔한 질환으로주증상이 대개 피로감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만성피로가 나타나면 과로하지 않았는지, 혹시 우울증이 없는지 돌아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다음엔 만성피로증후군과 이의 회복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