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업계, '클래식' 대중화로 활로 모색 .. 배경음악 전환

세계 주요 음반업체들이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기 위한 배경음악용 클래식모음집을 잇따라 출반, 정체된 클래식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클래식을 감상하기 위해 상당한 지식과 품위를 요구하던 관례를 벗어나 클래식이 단지 작업능률을 높이기 위한 "소도구" 차원으로 끌어내려 대중을파고들려는 업계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소니사는 오는 연말께 컴퓨터와 씨름하는 해커들을 위한 클래식모음집 "사이버클래식스"시리즈를 출시할 계획이다. EMI는 12개 별자리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성격을 갖는다고 믿는 서양의 점성술에 의거, 별자리성격에 맞는 클래식곡 전집을 금년중 내놓을 목표로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국 음반업체들은 목욕, 낮잠, 술, 섹스, 식사 등의 일상생활과 번지점프 등 취미생활에 활력을 주기 위한 배경클래식 모음집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RCA빅터사는 나른해지는 일상에서 자극을 얻으려는 고객들을 위해 베르디의긴장감있는 오페라합창 모음집을 내놓았고 소니는 번지점프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겨냥, 리하르트바그너의 굵고 강렬한 음색의 클래식모음집을 팔고 있다. 특히 라이징스타사가 침실에 든 부부를 위해 감미로운 선율의 풋치니 오페라곡과 드뷔시의 "달빛" 등을 채집해 만든 "클래시컬 에로티카" 앨범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앨범은 미국에서 판매개시 3개월만에 1만장을 넘어섰고 팝앨범보다 긴 라이프사이클을 감안하면 판매고가 수십만장에 달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정통클래식앨범의 경우 베스트셀러라야 판매실적이 기껏 2만5천장에 불과한것에 비해 이들 배경음악앨범들은 판매실적을 열배이상 끌어올리고 있다. 일례로 폴리그램이 내놓은 생활음악앨범시리즈는 50만장이상 팔렸다. 이 시리즈는 "아침의 모차르트" "쇼팽과 샴페인" "목욕중의 바로크음악"등을 포함한다. 가격면에서 정통클래식앨범이 미국에서 15달러선인데 비해 이 앨범들은 10달러에 판매된다. 그럼에도 양자간에 커다란 제작비 차이 때문에 마진이 크다는 것이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클래식앨범의 제작비가 10만-25만달러에 이르는데 반해 이런 기획앨범은 자켓제작비용만 투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업계의 이같은 현상에 대해 대중이 우선하는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사회에서 귀족적인 클래식문화를 대중문화로 포섭하려는 마케팅전략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