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김명제 <한보공업 대표> .. '사팔회'

사팔회? 사팔? "저분 눈 좀 봐, 진짜 사팔이야" 캐디아가씨들의 수근거리고 키득대는 소리가 들려 정적이 감돌도록 조용해야할 피팅 순간에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지난해 한 골프장에서 우리 사팔회가 모임을 가졌을 때 일어난 에피소드이다. 그때 회장은 청호전자 사장으로 있는 이범천씨였다. 그는 마이너스의 시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두툼한 돗수 높은 안경을 착용하고 있어 얼핏 보기에 눈이 정상이 아닌 것으로 오해를 받곤한다. 더욱이 모임의 이름이 사팔회이기에 그 오해는 어디를 가든지 우리 모임을 따라다녔다. 사팔회라는 이름은 회원 모두가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48기 동기들이라는데서 비롯됐다. 10명의 비교적 소규모 모임이지만 수가 적은 만큼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알수 있어 오히려 더 좋은 점이 많다. 지난 91년 모임을 만든 이래 월 1회씩 심신단련과 돈독한 우정을 나누기위해 만나기 시작한지 벌써 5년이 흘렀다. 모두가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들이기에 한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모임을갖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바쁜 하루하루의 일정속에서도 회원 모두가 한사람도 빠짐없이 정례모임에 반드시 참석하고 있을 정도로 모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사업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어렵고 힘든 일들이 늘 생기게 마련이다. 이럴 때 혼자서 고독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이 사업가들의 타고난 운명이다. 회원 모두가 이같은 운명을 똑같이 가지고 있기에 회원 서로가 말을 안해도 이제 표정만 보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했다. 부담없고 편안한 모임이기에 만나면 밤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각자의 어려움을 얘기하며 서로를 북돋워주기도 한다. 요즘에도 골프모임을 가지면 캐디아가씨들의 "사팔회? 사팔이래"라는 수근거림이 계속된다. 모임의 이름을 바꾸어 보자는 생각도 했지만 이름 덕분에 한번 더 웃을 수 있어 계속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우리는 48기이기 때문에. 회원으로는 회장인 필자를 포함 이범천 청호컴퓨터대표, 이광인 대붕물산대표, 권오경 동양우드산업대표, 이성원 금성기전대표, 한양석 한국기업평가이사 등 10여명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