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일터로] (7) 제1부 : (인터뷰) 최행주 <금호 상무>
입력
수정
"회식자리에서 여사원에게 술을 따르라고 하는 것도 본인이 모욕으로 느낀다면 성희롱입니다. 당하는 편의 입장에서 봐야 하는 거죠"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한 금호그룹 성희롱 방지위원회 최행주위원(상무)은남자들이 별 생각없이 하는 말이나 행동도 여자들에게는 성적 혐오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게 바로 "성희롱"이라는 것. 금호그룹 성희롱 방지위원회는 최근 "성희롱 방지지침서"를 만들어 각 계열사에 배포했다. 또 PC통신을 통해 성희롱 신고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성희롱 방지 지침서에는 "술 따르기 강요" 말고도 "진한 농담" "신체접촉" "음란한 눈빛으로 쳐다보기" 등 성희롱의 구체적인 예가 실려 있다. "성희롱 방지지침에 대해 여사원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남자사원들은 처음에 우스개로 받아 들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젠 남자사원들도 대부분 적극적인 호응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상무에게는 성희롱과 관련해 아픈 기억이 한가지 있다. 6~7년전 부하 직원중 한 남자사원이 같은 사무실의 여사원에게 짓궂은 농담을 던졌다. 이를 추근대는 거라고 생각한 여사원은 따끔히 내쏘았다. 남자사원은 화가 치민 나머지 주판을 던져 여사원에게 상처를 입힌 것. 남자사원은 징계를 당했고 여사원은 부서를 옮기게 됐다. 이 사건은 그가 성희롱 방지 위원회를 맡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성희롱은 여성을 낮추어 보는데서 비롯됩니다. 여성을 대등한 동료로 인식하는게 성희롱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성희롱 신고센터가 개설된 후 신고된 사례는 아직 한건도 없다. 최상무는 그러나 이 기구의 설립을 계기로 성희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다는데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최상무는 금호의 이번 시도가 조그만 불씨가 돼 다른 회사나 정부기관 등 여러 분야에서 성희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대책마련이 확산되길 바란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