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자율/자생력 가진 증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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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뒤 증시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불과 1주일 만에 70포인트 가까이 치솟았으며 2조원을 밑돌던 고객예탁금이 2조9,000억원을 넘었고 하루평균 3,000만주에도 못미쳤던 거래량도 최근 6,000만~7,400만주로 배이상 늘었다. 경기호황에도 불구하고 비자금파문과 같은 장외 악재에 눌려 침체를 면치 못하던 증시가 오랜만에 활황을 맞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증시발전을 위해서 긴요한 증권당국의 시장개입 자제및 주식투자자 저변확대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어 증권당국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많은 증권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장세를 대체로 낙관하는 편이다. 이달 1일부터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15%에서 18%로 확대된 것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활발해졌고, 총선 뒤의 정국불안 우려때문에 위축됐던 주식 투자심리도 회복됐다. 특히 지난해 초까지 14% 대에 머물렀던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최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0.9%까지 떨어지는등 금리하락 추세가 두드러져시중 자금의 증시유입이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수출과 설비투자가 생각보다 활발해 한국개발연구원이 올해 예상 성장률을 7.5%로 상향 조정하는 등 경기연착륙의 가능성이 높으며 경상수지 개선도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외형상의 활황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다음의 몇가지 사항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첫째는 정부가 억지로 주가를 끌어 올리거나 내릴 목적으로 증시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이번에도 총선을 앞두고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에 순매수를강요한 결과 주가 부양에 실패했을 뿐만아니라 회복 장세에 대기성 매물부담만 안겨준 꼴이 되고 말았다. 인위적인 증시개입은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손실을 누적시켜 증시의 안전판 기능을 악화시키고 외국인 투자자의 불신을 심화시킬 뿐이다. 우리 증시는 오는 5월3일 중요한 환경변화를 맞게 된다. 정부의 증시개입을 상징하는 증시안정기금이 해체되는 동시에 같은날 주식 선물시장이 개설되는 것이다. 주식 선물시장이 개설된 뒤에는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보는 투자집단도 생기기 때문에 정부가 증시에 개입할 명분이 전혀 없다. 이를 계기로 증시 자율원칙이 확립되기를 기대한다. 둘째로 주식 수급조절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돼야 한다. 총선뒤 주가가 회복되자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 보유 국민은행 주식과 한국통신 주식의 매각을 결정한 것은 증시의 안정기반을 뒤흔드는 일이다. 주식투자자의 이해는 생각하지 않고 정부 입장만 내세워서는 증시의 자생력이 강화될수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지난해에 추진된 싯가 배당제를 강화하고 소액주주 대표소송 제도를 도입하는 등 주식투자 저변확대를 위해 힘써야 한다. 지난해에만 16만명의 일반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났는데 이래서는 증시의 직접금융 기능이 활성화될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