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시장 "전운" .. 지방소주업체, OB맥주주식 대량 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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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주업체들이 2위업체인 두산경월의 모기업인 OB맥주주식을 대량매집함에 따라 소주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방소주업체들이 해당연고지역의 마켓셰어를 50%이상 유지할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주세법개정안이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소주업체간의 반목과 갈등이 일단락되는듯 했으나 이번 OB주식매집사건으로 또 한번의 전면전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소주시장의 판도는 서울 경기 인천등 수도권시장의 90%이상을 진로와 두산경월이 독점하고 있다. 이밖에 금복주 대선주조 무학이 경상권, 보해양조 보배가 호남권,선양 백학이 충청권, 한일이 제주지역에서 각각 5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방소주업체들이 해당지역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외견상 지방업체들의 사업이 안정적일것으로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소주판매물량이 지방전체의 판매량과 맞먹는데다 진로와 두산경월의 지방시장진출이 만만치않아 8개 지방소주업체의 전국시장점유율은 모두 합쳐봐야 36%수준에 불과하다. 진로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전국시장의 절반수준인 48.8%를, 두산경월이 14.4%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소주업체들의 이전투구양상은 지난92년 주정배정제도폐지에 이어 93년 11월 OB의 경월인수로 진로와 경월, 지방사의 삼각구도가 형성되면서 시작됐다. 이무렵부터 신제품출시가 부쩍 늘어 나면서 광고 판촉비등의 경비지출 폭증에 따라 시장재편이 가속화됐다. 시장재편은 그러나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소주업체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됐다. 수도권에서 OB맥주의 유통망을 등에 엎고있는 경월과 진로의 2파전이 치열해지면서 지방사들은 수도권에서 밀려나게 됐다. 진로는 경월그린소주의 수도권등장으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위해 지방시장에 눈을 돌렸다. 경월도 이에질세라 지방소주시장을 넘보고있다. 지방사들이 담합해 OB주식을 매집하는 예기치못한 해프닝이 발생한것은 바로 이러한 시장변화에서 원인을 찾을수 있다. 두산경월의 84% 지분을 갖고있는 OB의 경영권을 위협해 경월의 발목을 잡아 진로와 경월의 과당경쟁을 막겠다는 것이다. 또 이들 2개업체에 의해 교란되고있는 지방소주의 유통망을 안정시키겠다는의도가 깔려있다. 업계전문가들은 지방소주사들의 OB주식매집이 본격적인 소주시장쟁탈전의 서곡에 불과하다고 보고있다. 소주업계는 오는 6, 7월께로 예정된 주세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결과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자도소주 50%의 무구입을 명시한 주세법이 위헌판결을 받을경우 진로와 두산경월의 지방공략이 자유로워져 소주시장의 지각변동은 강건너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지방소주사의 OB주식매입이 이같은 가능성에 대비한 1단계자위조치로 보고있다. 어쨌든 OB로서는 궁지에 몰린 쥐에게 물린 고양이가 된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