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주목할 중국-러시아의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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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중국을 방문중인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강택민 주석과 대좌,경제 교류에서 국경문제 스포츠교류에 이르는 광범한 현안에 공동보조를 맞추는 중이다. 7월 선거에 운명을 건 옐친이 며칠을 할애한 방문이니 만큼 탈냉전 이후 두 거대국이 모색하는 새로운 밀월관계의 의미를 한반도 위치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25일의 북경회담 주 의제는 40억달러 상당의 원전건설을 포함한 원자력 평화이용 협정, 수호이기 생산, 광통신 전화선 철도-항공로의 증설,구상무역의 현금결제 전환, 축구팀 훈련을 포함한 문화교류 문제에 걸친 광범한 것이다. 이어 26일 상해에서 중-러와 더불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크스탄의5개국 수뇌가 조인할 국경 조약은 유라시아 안보에 괄목할 전환점으로 눈길을 끈다. 소 연방 해체로 독립된 이들 중앙아시아 3국에 대해 보수정파의 복고주장이거센 속에 이 세나라의 완충-독립을 보장, 중국과의 국경충돌을 피하자는 옐친의 구상이 5국간 조약에 구현되는 것이다. 언필칭 옐친에겐 핵실험 전면금지조약(CTBT)의 조기 서명을 촉구한 지난주모스크바 7대국(G7)회담의 사자역할도 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초강국의 지위를 잃고 당황하는 러시아의 새 입지 모색이 깔려 있음을 놓쳐선 안된다. 서방세계로의 합류를 통안 번영을 바라보고 단행한 고르바초프의 개방이 자유화-시장경제를 가져오긴 했다. 그러나그 결과 안으로 경제후퇴 부패 범죄 무질서, 밖으로는 동구권 북한등외부에 대한 영향력만 상실했다는 허탈감에 빠져 러시아인들은 울부짖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에는 "유라시아 주의"라는 새로운 사상이 싹트고있다는 것이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샤후나사로프 등의 분석이다. 소비에트가 해체돼도 서방 세계는 러시아를 포용하기는 커녕 여전히 멸시하며 북대서양 동맹(NATO)을 확대해 압박까지 하고 있는데 대한 대안이러시아가 서방과 아시아의 중간자임을 자처하는 유라시아 주의란다. 하긴 옐친의 중국 접근이 미-중 관계가 서먹해진 틈에 이루어진 점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확정된 그라만 전투기 합작생산 계획을 천안문 사건이후 미국 정부가 취소하자 중국이 러시아 수호이 쪽으로 전환한 사실로도 설명된다. 유라시아 주의란 용어부터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광대한 유라시아 대륙의 비중, 나아가 그 중앙의 러-중 거대국이 힘을 합칠 때 서방을 극복할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물론 여기 중국이 얼만큼 심복하는지는 아직 알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탈냉전 이후 극동에서 약화된 영향력을 회복하겠다는 러시아의 집념이다. 그리고 여기서 유의할 것은 북한이다. 전통적으로 중-소를 등거리에 두고 줄타기로 재미를 보다가 최근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 안에 있는 북한을 다시 끌어 들이려는 크렘린의 계산을 경시해선 안된다. 목하 북한을 둘러싼 미-일의 동태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그 더 깊은 배경인러-중 상호간 내지 그들의 평양과의 관계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