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윤통산부장관, 싱가포르진출 한국상사관계자 간담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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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고광철특파원]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무역에 관한 회의(WTC)에 참석한 박재윤통상산업부장관은 25일 현지에 진출한 한국지사와 상사관계자들과 만찬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등을 들었다. 한국지상사들은 동남아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민자프로젝트에 한국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강화해주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간담회내용을 요약한다.====================================================================== 육동수 LG그룹사장 = 동남아시장은 성장가능성이나 시장규모면에서 한국기업이 신규투자를 많이 할 만한 곳이다. 그러나 한국기업이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각종 투자승인조건을 완화하고 금리등 금융조건등도 개선해야 한다. 김영철 한국중공업부장 = 동남아국가들이 최근 민자프로젝트를 많이 추진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이런 프로젝트를 놓고 다른 나라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금융기관들의 자금지원은 처리절차가 길고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등 지나치게 까다롭다. 이를 완화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 주는게 필요하다. 정두영 (주)쌍용상무 = 미얀마 라오스등 이른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미개척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김태혁 효성물산부장 = 한국정부나 기업이 그동안 중국시장진출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너무 소홀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중국은 이 지역에대한 진출을 대폭 늘려 시장을 상당부분 차지함에 따라 한국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다. 최순주 한국전자부장 = 지난 1~2년간 엔화강세로 한국기업들이 많은 덕을 봤으나 작년 가을께부터 중국의 값싼 제품이 밀려들어오면서 한국기업이 차지했던 시장이 위협받고 있다. 이들에게 시장을 뺏기지 않도록 질좋은 제품으로 승부하는 차별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성식 LG상사이사(상사협의회간사) = 중국과의 거래에서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중국수입상들은 사소한 하자를 트집잡아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않아 한국기업들은 그들과 법정소송을 벌이느라 애를 먹고 있다. 앞으로 중국이나 베트남등 수출위험이 큰 지역에 대해서는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 민병관 (주)대우이사 = 싱가포르는 화교상권의 중심지인데도 상무관을 두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상무관파견을 검토해 달라. 정세일 코오롱상사부장 = 최근 몇년간 정부나 은행 등이 규제완화를 했다고 하는데 본사에서 현지사무소에 요구하는 자료를 보면 아직도 별로 변한게 없다. 이는 기업이 은행에 내야 하는 서류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모든 정책이 말단의 실무자들에게까지 파급되는게 중요하다. 박노식 삼성동남아이사 = 태국이나 베트남등에 한국기업이 적지않게 진출해 있는데도 한국학교가 없는 곳이 많아 지사나 상사사람들이 자녀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한국학교가 있으나 여건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인지 자녀입학을 꺼리는 부모도 있다. 정부가 무역거래에서 기업을 직접 지원하기 어려운 만큼 좋은 한국학교를 많이 세워 지상사들이 자녀교육 걱정없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측면지원하는 게 절실하다. 김원섭 한솔무역과장 = 현지에 진출한 기업중 직원 하나만을 두고있는 중소기업들도 대기업과 같이 현지시장동향이나 정부정책등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남기호 한국은행부장 = 일본정부는 현지에 진출한 8백여개의 자국기업과 정기적으로 만나 주요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있다. 특히 업종별 모임도 수시로 갖는다. 이를 토대로 투자업종을 정하고 장단기 전략을 짜고 있다. 박재윤장관 = 현지의 애로사항을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이번에 열린 세계무역에 관한 회의(WTC)에 다른나라 기업인들은 적지않게 참석, 세계교역질서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국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주목하는 장기안목의 경영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