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위르겐 하버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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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주의"니 "합리적"이니 하는 말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우리에게도친숙한 철학 용어들이다. 한국사회에서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 "합리주의"의 정신은누구나 준수해야 하는 오늘날의 시대정심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인간의 "리성"을 굳게 믿는데서 출발하는 전통적 합리주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조리 투성이다.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수긍할수 없는 사태를 억지로 "합리화"하는 일도부지기수인 것을 보면 "합리성"이라는 것도 별것 아니라고 느끼게 되는경우가 많다. 이런 숨막히는 상황에서 태동한 것이 "이성의 상실""합리성의 붕괴"를 주장하여 "합리성의 해체"를 선언하고 나선 탈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이라는 철학의 흐름이다. 그러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직 현대지성사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사조는역시 합리주의인 것만은 틀림없다. 현실속에서는 보편타당한 객관적 진리를 확신할수 없다는 회의주의와 상대주의가 만연해가고 있을때 합리주의의 수호자처럼 유럽철학계에 등장한인물이 위르겐 하버마스이다. 그는 철학적 회의주의 상대주의에 도전해 보편적 객관적 인식의 가능성을믿고 "보편적 합리성"에 대한 이론을 정립시켰다. 그의 이론중 특히 "합의로서의 합리성"은 민주화과정을 밟아가고 있는우리사회에 이미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한 인상마져 준다. 하버마스의 설명에 따르면 한 개인의 인식의 옳고 그름의 근거는 그가살고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에 의해 이룩하게 된 합의에서 찾을 수 있다. 어던이가 믿고 있는 것이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된 믿음과 일치한다면 그의 믿음은 옳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이미 사회에서 오랫동안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 합의만이 그가무엇을 진리라고 믿는 근거, 즉 합리성을 갖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합의가 합리성을 갖기 위해 이는 모든 사람들간의 평등,그 사람들의 진실한 태도, 그리고 그들의 자유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조건이 필요하다고 하버마스는 강조한다. 독일의 세계적인 사회철학자 하버마스가 내한, 오늘 서울대에서 강연회를갖는 것을 필두로 국내학자들과 학술토론도 갖을 계획이라고 한다. 하버마스의 이야기가 유토피아적 망상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국민적 합의를이끌어 내기위해 한국 국회 정부 그리고 각 사회단체가 쉴틈없이 벌이는갖가지 활동이 어느정도 합리성을 지닌 공론인지 반성하는 기회가 됐으면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