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대형화로 가닥잡힌 금융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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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간 인수합병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제도적장치를 곧 마련할 계획"이라는 나웅배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의 미닐라발언은 금융자산업개편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현안과제인 만큼 더욱 관심을 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대형화를 위한 은행간 합병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예금규모 일본3위인 미쓰비시은행으로 통합, 총자산 7,038억달러의 세계 최대은행으로 발동움한 것이나 미국4위 케미컬은행과 6위 체이스 맨해턴은행이 합쳐 미국최대의 체이스 맨해턴은행으로 탈바꿈한 것 외에도 은행간합병은 수없이 많다. 동경미쓰비시은행과 체이스맨해턴은행이 각각 통합절차를 끝내고 공식출범한 지난 4월1일자로 웰스파고은행과 퍼스트인터 스테이트은행도 합병,미국 랭킹 8위의 새로운 웰스파고은행이 탄생하기도 했다. 동경미쓰비시은행이 나오기전까지 세계최대은행이었던 일본의 다이이찌간쿄은행도 다이이찌은행과 간쿄은행의 합병은행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70년대후반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의 합병이후 은행간 합병은 없었다. 금융기관대형화의 필요성은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돼 왔으나 합병논의조차 공식화된 적이 없다. 주인이 없는 은행들이었기 때문에 합병을 논의할 주체가 없었던데에도 원인이 있다. 그러면서도 외환은행과 국민은행 중소기업은행과 동남은행 대동은행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후발시중은행간 합병을 정부에서 추진할 것이라는 설이 금융가에 간간이 나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나장관의 발언으로 금융기관간 인수합병이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아직 더 두고 봐야할 일이지만, 개방을 앞두고 은행대영화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를 뒷받침할 제도정비는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물론 제도정비만으로 합병을 통한 은행대형화가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다. 합병을 논의할 주체, 곧 주인도 없는데다 대형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과는 별개로 은행간 합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논의나 검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합병을 통한 금융산업의 효율성증대는 도매금융과 소매금융 국제금융과 국내금융등 서로 다른 업무에 특화하고 있는 은행간 합병으로 업무다각화를 이룩하는 등으로 얻을수 있는 이른바 "법위의 경제"효과 중복점포정비 후선관리부서통합등을 통한 "규모의 경제"효과 경영력이 뛰어난 은행이 뒤진 은행을 합병해 얻을수 있는 경영개선효과로 구분할수 있다. 우리는 행정협력에 의한 무리한 은행통폐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의견을 같이하지만 "주인이 없는 은행"의 현실을 감안할때 감독당국이 은행간 인수합병의 방향설정에 어느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앞에서 예시한 합병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화분야가 있는 은행간 합병을 통해 한국의 간판급 은행을 창출할 필요성은 없는지 점포.전산에 대한 중복투자부담경감은 물론 인력절감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뒷받침할 방안은 무엇인지, 정부에서 검토하고 결정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 동시에 한국 금융산업이 오늘처럼 낙후된 기본원인이 주인이 없다는데 있었다는 점을 감안, 이에대한 개선방안도 아울러 마련돼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