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노동법 새 노사관계] (5) '복수 노조' .. 노동계 입장

우리나라 노동조합법 제3조 단서 5호는 "조직이 기존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하는 경우"를 노동조합의 결격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바로 이것이복수노조 금지규정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복수노조 금지조항이 우리나라 헌법에 보장된 근로자의 단결권중 노조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음은 물론, ILO나 OECD등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를 노동후진국으로 간주하게 되는 문제의 조항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더욱이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1987년 당시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 21세기를 지향하는 신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개혁대상 1호로 지적되고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노조설립자유주의가 갖는 법리적 당위성과는 별도로 복수노조가 허용된다면 검토되어야 할 현실적 문제가 있다. 1)과연 상급단체나 단위노조에서 얼마나 많은 복수노조가 설립될 것인가. 2)복수노조가 노동자의 연대를 약화시키는가. 3)복수노조가 사업장및 국민경제에 추가비용을 발생시키는가 등이다. 이를 자세히 논의한 공간은 없지만 이들 문제는 모두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세계각국은 자국의 역사적 경험이나 국민의식에 따라 노동조합의 조직 교섭 쟁의에 관한 일정한 규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는 노동조합의 설립에 대해서는 규제를 거의 하지 않는 대신, 교섭이나 쟁의에 대해서는 시장 질서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최소한의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다. 예를들어 미국의 경우는 대표적인 노조에게만 교섭권(배타적 교섭)을 부여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 이태리등의 경우는 노조원수 비례대로 교섭대표단을구성하여 교섭(비례대표 교섭)하고 있다. 즉 규제의 포인트를 단결권 측면에 두지 않고, 교섭권 측면에 두어 노조에대한 직접.사전적 규제방식 보다는 간접.사후적 규제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을알수 있다. 이는 복수노조하에서도 모두가 승복하는 교섭권 질서를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 확립할 수 있다면 앞에서 노.사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은 대부분 사라짐을 시사해 준다. 따라서 복수노조금지 철폐의 핵심은 사업장 혹은 초기업 수준에서 다양한 이익을 민주적 교섭에 의해 합리적으로 조정해 내는 새로운 제도의 창출에 있는 것이다. 즉 복수노조의 허용이란 노.사 모두에게 새로운 게임규칙이 제시되는 것이며, 이는 보다 민주적이고 선진적인 규제방식이다. 물론 노동조합의 생명과 힘의 원천은 노동자사이의 난결과 연대이므로 법상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민주적 지도력을 갖춘 단일노조를 지향해야 함은 이 시대의 사명이다. 요약하면 노동운동은 법 혹은 어떠한 형태의 규제방식에 의해서도 노동자의단결권(노조선택의 자유)을 제한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나 한편 노동운동은 노동자간 연대의 제고를 위해 복수노조주의 그 자체에 대해서도 반대하며 통합된 단일노조를 운동의 제일목표로 삼고 있음을 밝혀 둔다. 어수봉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