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홍보전쟁 휴전없다 .. 나라도 기업도 흥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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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전세계를 놀라게 한 걸프전. 이라크의 침공으로 나라를 빼앗긴 쿠웨이트인들은 미국의 도움으로 다시 조국땅을 밟을 수 있었다. 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세계적인 PR대행사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쿠웨이트망명정부에 고용된 힐앤노튼이 미국의 여론을 참전쪽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차세대 전투기 기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맥도널 더글러스(F-18)와 제너럴 다이내믹스(F-16)의 PR대행을 각각 버슨마스텔라와커뮤니케이션스코리아가 맡아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사례는 유명하다. PR활동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기업홍보(PR)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전쟁의 영역이 전세계로 확대되는데다 소비자 투자자 하청업체 등 이해당사자들의 요구사항도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미지를 관리해야 할 대상이 확대되면서 투자자홍보(IR) 공공홍보(PA) 위기관리홍보(RM) 경영자 이미지관리(PI)등 선진개념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버블경제가 무너진 90년대 들어 주식시장이 침체되며 각광받는게 IR( Investor"s Relation )이다. 삼성 LG 대우등 가전3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IR는 일반 상장기업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금부 관재부등 자금관련부서에 전담팀을 설치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증권마케팅이라고도 불리는 IR활동은 기업의 투자설명회가 대표적이다. 기업과 관련된 정보를 주주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확히 제공함으로써 주가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재무홍보전략인 것이다. 특히 기업경영에 주주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부도설등 악성루머가 해당기업을 맥없이 쓰러뜨리는 국내 경영풍토하에서는 IR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R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은 아직까지 초보수준"이라며 "최고경영층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대형사고나 노사분규, 소비자 불매운동 등 경영위기에 부닥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위기관리( Risk Management )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PC생산업체인 S사 홍보팀은 지난해 발간한 사원교육용 홍보책자에서 국내 기업들의 위기관리 사례를 분석, 눈길을 끌었다. S사가 지적한 성공사례는 대한항공. 지난 94년 제주도에 착륙하던 여객기가 전소되는 위기를 맞았으나 사고내용을 신속히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로 이를 모면한 경우다. S사는 대한항공이 위기에도 불구하고 사고 당시 기내승무원들의 구난행동이 부각됨으로써 신뢰감을 주었으며 사고의 근본원인을 항공사간의 무분별한 스카우트경쟁에 연관시킴으로써 경쟁사 및 관련부처로 책임을 분산시켰다고 평가했다. 반면 지난 91년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유출사건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다 그룹사제품 전체에 대한 불매운동을 유발한 실패사례로 지적됐다. 기업이 판매한 제품에 대해 보다 엄격한 책임을 묻는 제조물책임(PL)법의 제정움직임도 기업홍보의 영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PL법하에서는 기업이 제품의 장점은 물론 단점도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PA( Public Affairs )나 경영자의 이미지관리도 기업 특성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는 뜻의 PI( President Identity )도 새롭게 떠오르는 PR영역들이다. **** 힌트코너 ***************************************************** > 중공업 특수소재업체 등 소비자와는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업체들의 기업PR 광고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가 기본목적이지만 한편으론 내부인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기업PR 광고는 일선 대리점이나 영업사원은 물론 관리사원들에게까지 회사의 비전을 알리고 자부심을 높이는 데는 최적이라는 것. PR의 대상이 외부만이 아니고 안에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부인을 대상으로 한 제반 활동을 인터널마케팅(Internal Marketing)이라고 부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