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속 한국소주전 "2회전"..일 다카라사, "타도한국" 나서

[ 도쿄=이봉구특파원 ] 일본시장에서 한국소주전쟁이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그린소주가 진로소주의 아성에 뛰어든데 이어 일본소주업체마저 타도한국소주 를 선언하고 나서 소주시장이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진로가 주축이 된 한국소주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곳은 일본최대의 소주업체인 다카라주조.이회사가 지난달 23일부터 판매에 돌입한 아락 이란 신제품소주는 동남아산 사탕수수를 원료로 사용했지만 알콜도수나 맛등 모든 면에서 한국소주를 확실한 타킷으로 선정해 만든 유사한국소주 다. 아락은 25%와 20%의 두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소비자가격도 한국소주와 같은 8백엔과 7백엔으로 책정했다. 다카라측은 이제품의 판매를 시작하면서 도매업자및 유흥업소들에게 자체적으로 실시한 시음조사결과에 대한 인쇄물까지 돌리면서 한국소주 제품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카라측은 이 인쇄물을 통해 지난2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소주제품과 아락을 동시에 시음하게 한결과 69%가 아락의 맛이 더낫다고 응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앞으로 소주를 살때 한국소주를 사겠느냐 아락을 사겠느냐는 질문에서는 66%가 아락을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다카라측은 이와함께 유명영화감독인 이타미 쥬조씨(63)를 모델로 내세워 TV및 신문을 이용한 광고공세에도 나서고 있다. 그린소주가 일본시장에 상륙하면서 2~3월 두달간 TV광고를 실시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일본에서 소주업체가 TV광고를 실시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소주의 성장을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뜻한다. 유통망 자금력등에서 한국업체를 훨씬 능가하는 일본최고의 소주회사 다카라의 전격적인 도전은 한국소주업체들을 긴장속에 몰아넣고 있다. 한국소주에 관한한 최고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진로는 그린소주에 이어 일본업체까지 시장공략에 가세함에 따라 수성을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진로는 올들어 관서지역에 새로운 총판업체를 선정해 오사카 후쿠오카등지에 대한 판매력을 강화한데 이어 최근에는 판촉물의 배포도 크게 늘렸다. 진로는 가격인하가 제품이미지를 오히려 흐릴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아래 유통업체들의 저가판매를 방지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또 한국소주란 인상을 주지않는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도입하는 방안과 전국적인 TV광고를 통해 선두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는 방안 등도 적극검토하고 있다. 진로측은 표면적으로는 양사의 도전에도 불구, 소주판매량이 작년대비 40~50%의 신장률을 유지하고 있어 2백만케상자이상을 판매한다는 올해 목표달성에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두회사의 참여가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아직은 속단키 힘든 단계이기 때문에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2월부터 제품을 투입한 그린소주는 일단 제휴선인 산토리의 판매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린측은 "지난3월말로 TV광고나 저가지원등 제품홍보를 위한 판촉활동을 대부분 중단했음에도 4~5월 주문량이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린측은 이처럼 예상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산토리의 유통망을 활용하면 다카라의 등장에 따른 피해를 막을 수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은 산토리의 관련직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등 제휴의 끈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린과 다카라의 참여는 진로소주가 거의 독점하다시피해온 일본의 한국소주시장을 일거에 3파전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도전자가 일본의 내로라하는 주류메이커인 다카라와 산토리라는 점은 앞으로의 소주전쟁의 전개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