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면톱] 10년 주기설 은행부침사에 "관심"

제일은행이 각종 사고에 휘말린 것을 계기로 시중은행들의 부침사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의 은행실적을 보면 한가지점이 분명해진다. 일단 선두은행으로 자리잡았더라도 그 위세는 10년을 넘기지 못한다. 반면 대형금융사고로 인해 곤두박질쳤던 은행도 10년이 지나면 다시 원기를 회복한다. 금융계에서는 이를 뜻하는 "10년 주기설"이 일찍부터 그럴듯하게 나돌았었다. 금융사고가 10년마다 반복되고 이에 따라 은행의 부침도 10년주기로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은행이 조흥은행이다. 70년대와 80년대 초반만해도 은행계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독무대였다. 조흥은행은 80년 총이익이 5백14억원으로 5대시중은행중 4위에 그쳤었다. 이 와중에서 80년대 초반 이철희.장영자사건과 영동개발사건에 잇따라 휩쓸렸다. 자금이 모자라서 지급준비금도 제대로 쌓지못하는 사실상의 부도(defalt)상황이 초래됐다. 금융계에서는 조흥은행을 두고 "재기불능"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실제 85년 총이익이 5대은행중 꼴찌로 전락했다. 그러나 상황은 10년만에 반전됐다. 90년 총이익 1위로 올라서더니 94년부터는 총수신과 업무이익등 각종 경영지표면에서 선두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반면 잘나가던 상업은행은 90년대초반 명동지점장자살사건과 (주)한양부실화로 인해 하위은행으로 추락했다. 상업증권(일은증권)을 매각하는등 자구노력에 나섰으나 쉽사리 재기하지 못할것이라는게 금융계의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상업은행은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제일은행은 80년대후반부터 90년대초반까지 "리딩뱅크"로 자립잡았다. 총수신은 물론 이익도 다른 은행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93년부터 학산개발 효산개발 유원건설 우성건설등 건설사부도에 휩싸여 지난해에는 배당을 한푼도 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에는 이철수행장이 구속돼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제일은행이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른 은행의 경우처럼 재기에 성공할지 주목되는 시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