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주평] SBS-TV '이홍렬쇼' .. 과장없이 웃음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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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심야시간대의 토크쇼를 보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편안하게 하루를 마감하는 의미가 가장 클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SBS "이홍렬쇼"(매주 수 밤11시)는 매력적인 프로다. 편안하게 즐기면서 재미도 느낄 수 있는 까닭이다. 이홍렬의 개그에는 과장된 몸짓이나 엉뚱한 말장난이 동원되지 않는다. 그저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우러나오게끔 이야기를 이끌 뿐이다. "이홍렬쇼"는 다른 토크쇼와 달리 "표정토크" "현장토크" "쿠킹토크 찬찬찬"등 세가지 코너로 구성되는 점이 특징. 8일 어버이날 방영된 "이홍렬쇼"의 "표정토크"에는 개그우먼 이경실과 그의 어머니가 초대손님으로 나왔다. 이홍렬과 이경실은 둘다 남을 웃기는 게 직업이지만 어머니와 아버지 얘기가 나오면 표정이 어두워진다. 두 사람 모두 일찍 부모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날 "표정토크"는 "지금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부모님이 보셨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이경실의 말처럼 "부모님이 살아있는 사람이 가장 부자"라는 평범하지만 되새길만한 교훈을 새삼 확인시켜준 시간이었다. "현장토크"는 분위기를 바꿔 스튜디오를 벗어나 야외에서 이루어졌다. 이 코너에서는 이홍렬의 모교인 중앙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MT현장을 찾아 이들의 젊음을 담았다. 대학시절 누구나 한두번쯤은 가보았을 MT에서의 조별 장기자랑,연기대결 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옛날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남들보다 훨씬 늦은 32세에 대학에 들어간 별난 이력을 가진 이홍렬은 새까만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불혹의 나이(41)에도 마음은 청춘임을 보여 주었다. 앞의 두 코너와 달리 초대손님과 함께 야식을 만들어보는 "쿠킹토크 찬찬찬"은 다소 지루하고 틀에 박힌 느낌. 토크쇼에서 처음 시도되는 코너인 탓인지 미처 제자리를 찾지 못한 듯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