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김영일, 5년만의 정상 "감격" .. 포카리 오픈

.골프는 흐름이다. 하나의 샷이 잘못되면 리듬을 잃고 라운드 내내 힘겨운 골프를 치게되며 아슬아슬하더라도 꾸역꾸역 파를 잡아나가면 제 페이스를 찾아 퍼팅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11일 관악CC 동코스(파72.6,118m)에서 끝난 96포카리-일간스포츠오픈 최종일 경기의 마지막조는 거장 최상호(41.코오롱엘로드)와 베테랑 김영일(41.브리지스톤) 그리고 전날 63타를 친 권영석(26.아스트라)의 황금 라인업. 이들 우승경쟁자 3명의 플레이는 "만들어 지는 우승"과 "순식간에 사라지는운과 감"을 제 각각 상징했다. 우승자는 김영일이었다. 전날까지 1타차 선두였던 김영일은 1번홀(파4)에서 3퍼트로 보기를 범하며파를 잡은 최상호에게 동률선두를 허용했다. 이렇게 되면 "제삼자가 보기에" 김영일이 다급해지는 상황. 그러나 김영일은 3번홀(파4.315m)에서 2m 버디로 한숨 돌린후 꾸준히 "3온 1퍼트" 형태의 파를 꾸려 나갔다. 부담감으로 인해 온그린이 잘 안됐으나 절묘한 어프로치로 "파 관리"에 성공한 것. 김영일은 8번홀(파5.501m)에서 8m의 긴 버디퍼트가 떨어지자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날 스코어는 버디 6개에 보기4개의 2언더파 70타이고 4라운드합계 14언더파 274타의 2타차 우승. 그로서는 91년 SBS최강전이래 5년만의 우승이자 10년만의 이대회 정상탈환이었다. 우승상금 4,000만원보다는 길고 긴 슬럼프의 종료가 더 기뻤을 것이다. 통산 6승째. "이번이 금년 첫시합이었다. 프로는 우승이 목표인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이번에도 불참하려 했다. 그러나 스승인 김승학프로의 강권으로 나왔고솔직히 우승은 나 자신도 놀랄정도로 의외다" 김영일의 코멘트는 일반골퍼들의 표현대로 "마음 비우고 치니 우승이 되더라"인 것 같다. .백전노장 최상호는 3번홀 왼쪽 OB로 "사라지는 운"을 느껴야 했다. 우승경쟁자의 초반 더블보기는 "안 된다"는 의식을 짙게 하는 법으로 최상호의 이날 퍼트는 대부분 끝에 가서 휘었다. 온그린이 되면 버디 사정거리인 게 관악CC 동코스인데 퍼트가 떨어지지 않으니 역전 기회가 잡혀지지 않았던 것. 그는 이날 버디 5 보기 2 더블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에 그쳐 2타차 2위에만족해야 했다. 또 전날 무려 10개의 버디로 63타를 쳤던 권영석은 "조삼모사의 퍼팅 감"에허덕였다. 그는 이날 1.5m 안쪽거리의 쇼트퍼트를 5개 정도는 실패했다. 또 파5인 16번홀(449m)에서는 급기야 OB를 냈다. 이날 스코어는 더블보기 1개에 보기 5개, 그리고 버디 4개로 3오버파 75타. 전날보다 무려 12타를 더 친 셈이다. 그는 공동 7위까지 밀려났다. 한편 아마추어 국가대표 김민철(경희대 2년)이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2위에 오른 것은 주목할만한 도약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