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좌담회] '수출 호황 끝났는가'

''잔치는 벌써 끝났는가'' 수출 1,000억달러 달성에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였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들고 있다. 지난달 수출증가율은 6%. 26개월만에 일어난 한자리수로의 추락 이다. 이에따라 4월말 현재 무역적자는 벌써 56억달러에 달해 국제수지 방어선을위협하고 있다. 이에 한국경제신문사는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수출부진 원인을 진단하고대책을 모색하는 긴급좌담회를 가졌다. 유득환 무협부회장 박수환 LG상사사장 김중웅 현대경제사회연구원장 등참석자들은 좌담회에서 수출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엔화약세를 지목하고환율의 안정적 운용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유부회장 =오늘 이 자리는 최근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수출경기를 진단하고 대응책을 찾아보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다들 아시는대로 올 1.4분기중 22%를 기록했던 수출증가율이 4월에는 6%로 급락했습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통상산업부가 대책반을 운영하고 있고 무역협회도 대책반을 가동, 수출동향을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 우선 관심의 초점은 지난달의 수출부진현상이 일시적 현상이냐 장기화 될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두 분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박사장 =4월중 수출증가율은 94년2월의 4.5%이후 26개월만에 한자리수로떨어진 것이어서 상당히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출이 부진에 빠진 것은 임금상승 생산성둔화 등 내부요인보다 세계경기둔화 원자재가격상승 등 외부요인 때문입니다. 특히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수출주도품의 국제가격이 많이 하락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도체의 경우 16메가D램이 작년 4월 개당 55달러3센트에서 금년 4월엔 24달러50센트로 56.7%하락했고 석유화학제품도 폴리프로필렌 고밀도폴리에틸렌 등이 각각 10.8% 19.7%씩 떨어졌습니다. 철강은 냉연강판 핫코일 가격이 5~8% 내려갔지요. 이런 요인에다 엔저까지 맞물려 있어 최근의 수출부진은 연말까지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김원장 =저는 수출부진보다는 무역수지 악화에 초점을 두어 얘기해보겠습니다. 4월들어 무역수지가 급격히 악화된 요인은 환경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으로구분됩니다. 우선 환경적 요인으로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엔저효과의 본격화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품목의 국제가격하락 선진국의 성장둔화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에비해 구조적 요인을 보면 수출부진은 수출단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 비가격경쟁력의 취약 신상품개발의 부진에 기인합니다. 또 수입급증은 수입유발적 수출산업구조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로 인한 원유의 과도한 수입소비수요의 급증 등에 따른 것입니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인데도 정부당국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어 우려됩니다. 이중 엔저문제는 우리 경제의 경기순환이 "엔화환율 연동경기"라는 특징을띠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로도 볼 수 있습니다. 무역적자의 성격을 이렇게 파악할 때 가까운 시일내 흑자로 돌아서기는 힘든 것 아닌가 싶습니다. 유부회장 =김원장께서 우리 경제가 엔화환율 연동경기라고 하셨는데 그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가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대일수출도 문제지만 제3국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더 큰 문제입니다. WTO출범이후 세계 각국이 관세율을 인하하는 추세여서 일부에서는 시장진출이 쉬워진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입니다. 관세인하는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결국은 환율이 문제입니다. 이런 점에서 엔화동향을 보면 작년 5월말의 1백엔당 9백14원에서 올 5월에는 7백40원으로 19% 하락했습니다. 또 달러화에 대해서는 작년 4월말 달러당 83엔이던 것이 올해는 1백5엔으로 30% 절하됐습니다. 이 수치만 봐도 우리 경쟁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현장에 계신 분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박사장 =엔화가 10% 절하되면 우리의 수출은 3.3%,수입은 1.2% 감소해결과적으로 약 20억달러의 무역적자확대가 초래된다고 합니다. 품목별로는 상대적으로 엔고의 덕을 봤던 업종이 더 큰 타격을 입겠지요. 특히 한일 양국 공통의 주력수출산업인 가전 조선 자동차가 직접 영향을받을 것입니다. 반도체 전자부품 통신기기 등도 일본이 경쟁력을 회복하면 양국간 경쟁이격화될 것이고요. 무엇보다도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전망입니다. 중소기업이 하고 있는 품목들은 엔저가 지속되면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앞으로 엔화환율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이를 점치려면 엔화의 약세요인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엔화약세는 미일 양국의 금리차, 무역수지 등과 연결되기 때문에 상당기간 지속될 것입니다. 요즘 일본의 무역흑자는 감소하고 미국의 적자폭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지요. 김원장 =참고로 현대경제사회연구원에서 계량분석한 결과를 보면 엔화가 10% 절상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은 첫해에 2.0%,2~4차연도에 2.2~2.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올연말의 엔화환율에 대해서는 파이낸셜타임스지와 메릴 린치가 달러당 1백10엔, WEFA가 1백8엔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올 하반기부터 일본경기가 회복세에 들어가고 미일간 금리차가 좁혀지면 달러강세가 다소 누그러질 전망입니다. 하지만 이경우에도 국제적으로 달러당 1백5엔정도가 적정하다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에 엔화의 급격한 절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유부회장 =엔저와 함께 선진국의 수입수요 감소도 최근의 수출부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은데요. 수출이 특히 부진한 국가와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또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경기상황은 어떻게 전망되고 있는지. 김원장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기가 작년보다는 둔화될 전망입니다. IMF WEFA 등에서 최근 잇따라 세계경제성장률과 교역증가율을 하향수정한게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IMF는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4.2%에서 3.8%로 수정전망했고 WEFA도 선진국성장률을 2.5%에서 1.9%로, 교역신장률을 5.7%에서 5.0%로 수정전망했습니다. 박사장 =올 1분기중 주요국 수출입동향을 봐도 대체로 수입증가가 둔화되고 수출도 위축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수입이 작년 1분기에는 25%증가했었는데 올해는 10.1%증가에 그쳤고 미국 대만 홍콩도 마친가지입니다. 다만 중국은 수입증가율이 높아졌는데 이는 중국이 작년에 석유화학수입을 억제했던데 따른 반사효과입니다. 유부회장 =결론으로 들어가 이제 무역적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얘기해 볼까요. 우선 무역업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제일 중요한게 적정환율유지라고 생각됩니다. 또 임금을 우리나라처럼 매년 많이 올리는 나라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유럽은 실업 때문에 허리띠를 조르고 있지 않습니까. 이와함께 당면과제인 자본재 수출증대를 위해서는 해외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무공도 이름을 바꿨고 무역협회도 투자촉진기능을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박사장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자요인들을 개선해야 할것입니다. 첫째는 유부회장의 말씀대로 원화환율의 안정운용이 필요합니다. 특히 개도국시장은 품질보다 가격이 결정하는 시장입니다. 엔저를 발판으로 일본이 다시 개도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면 우리 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로는 수입개방과 함께 급증하고 있는 소비재 수입에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들어 지난달 20일 현재 소비재 수입은 47억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24% 증가했습니다. 4월들어서만도 승용차수입이 94%,가구류수입이 52%나 늘어났습니다. 물론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수입도 개방됐으므로 소비재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요. 그러나 고가의 소비재 수입은 가급적 억제하는 국민의식이 요망됩니다. 필요하다면 과소비를 억제하자는 캠페인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셋째는 산업구조 차원에서 접근하는 대책입니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는 투자와 수출의 수입의존도가 크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자본재는 대일수입의존도가 높지요. 이를 시정하려면 기계부품과 소재류의 국산화에 힘쓰고 정부 차원에서 일본측의 시장개방을 유도해야할 것입니다. 김원장 =무역적자를 더이상 방치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WTO체제하에서 수입을 조절할 수도 없으므로 수출증대밖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품질혁신 마케팅강화 등과 함께 임금 금리물류 등 고비용구조의 시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노사갈등과 과도한 임금인상은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또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의 경우는 해외이전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수출경쟁력 조절수단으로서 환율의 기능을 주목해 원화절상을 억제해야 합니다.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한 적정환율은 달러당 7백86원정도입니다. 현재 원화는 0.4%정도 고평가돼 있습니다. 물론 환율은 시장가격기구에 의해 움직이는게 전제이긴 하지만 적정환율을계속 밑돌도록 방치해서도 곤란합니다. 중장기 과제로는 산업구조 고도화와 에너지 다소비형 구조 개선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이와함께 규제완화가 아닌 규제철폐를 통해 민간기업의 위기관리능력을 높여주는데도 정부가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유부회장 =두 분 말씀에 공통된 사항은 수출증대를 통해 확대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과 우리 경제가 엔화연동경기체질이므로 적정환율유지에 힘써야 한다는 것, 금리 물류 등 고비용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것으로 집약되는 것 같습니다. 김원장께서 말씀하신 해외투자와 관련해서는 "해외투자법"제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해외투자를 외환관리차원에서 다루고 있는데 앞으로는 산업진흥차원에서 다뤄야한다는 얘기입니다. 끝으로 제 의견을 한가지 덧붙인다면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이르니까 요즘 어려운 수출대신 내수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데이건 각성해야 합니다. 기업인들은 안이하게 돈벌려는 자세를 버리고 6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 세계를 누비던 자세를 되찾아야겠습니다. 오늘 논의된 이런 과제들이 하루속히 이루어져 한국의 수출이 다시 2천억달러, 3천억달러 고지를 향해 매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