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퓸 컬렉션 가이드] (10) 판화의 가격과 투자매력

우리나라에서 현대 판화의 역사는 무척 짧다. 현존하는 최고의 판화인 고려시대 "변상도"(1007년)가 있지만 구한말과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사실상 전통의 맥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뒤 정규가 판화만으로 개인전을 연 것이 1956년이었다. 58년 판화가협회가 창설되어 싹을 키웠지만 역사가 일천하기도 하거니와 여러가지 장애요인들이 얽혀 있다. 판화 장르가 정착되는 과정에 전문 판화가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현상이다. 하지만 동.서양화를 그리는 작가가 판화를 제작하는 것을 비전문가의 소치로 여기거나 부정적인 것만으로 볼 수는 없다. 20세기에 들어 오프셋인쇄가 발달하기전까지는 서구에서도 판화는 인쇄물의 한 영역으로 보았다. 그래서 서양근대작가들의 판화에는 사인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랭루즈"의 포스터로 유명한 툴루즈 로트레크의 석판화도 5만달러 이상호가되지만 사인이 없는 대표적 케이스이고 루오, 르누아르, 세잔, 뭉크처럼 회화로 일가를 이룬 작가들 대부분이 판화작품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 즉 인쇄물의 대량생산이 판화에 차별성을 주고 독자성을 부여해 준 것이다. 서구작가들의 판화가격은 싼 것에서 아주 비싼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피카소는 생존시 3,000여종을 제작했는데 동판화가 5,000달러 정도이고 리노륨이 2만~5만달러 정도이다. 샤갈이나 후안 미로, 헨리 무어 같은 유명작가들의 경우에도 몇천달러에서 시작해 2만달러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에 따라서는 가격이 훨씬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4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피카소의 "가난한 식사" 세트가 82만달러에 낙찰되었고 로트레크의 판화가 22만~26만달러에 내정되기도 했다. 샤갈의 판화는 200만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거액이며 앤디 워홀의 "마릴린먼로"시리즈는 50만달러이상을 호가한다. 서구 현대작가들중에서는 미국작가의 판화가 강세를 보이고 호크니와 유럽쪽의 작가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 서구작가들의 판화에 관심이 몰리고 있는 것은 유명작가들의 작품은가격면에서 안정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고 판화가 어울리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느낌을 주는 유화보다 훨씬 밝고 경쾌한 판화가 어울리는 공간이늘어나고 또 판화시장 형성에 주요인이 된 대량소비자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호텔이나 콘도, 기업체의 사무실에서 대량으로 구입해 판화시장을 형성했고 그중 해외판화는 가격의 객관성을 상대적으로 담보해 준 것이다. 해외판화를 살때 참고할 것은 에디션의 처음 50%는 정상가격을 받고 끝번호 10%는 정상가의 150~200%의 가격을 받는다. 절판직전의 판화에 상대적인 가치를 더 부여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