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C 대경쟁시대] (3) 삼성그룹 현명관 실장

현명관 삼성그룹 비서실장(55)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 스스로 나서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관제탑은 비행기가 비상하는 것을 그저 묵묵히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는 게 그의 "비서실 론"이다. 현실장은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과거 삼성의 비서실장은 밑바닥에서부터 잔뼈가 굵은 "정통삼성맨"들이 차지하는 자리. 그러나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시 4회를 거쳐 감사원 사무관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던 사람이다. 안정적인 공직을 박차고 자비로 일본 게이오대학 유학을 결행할 만큼 "튀는" 구석도 있다. 게이오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딴 뒤 전주제지(현 한솔제지)에 관리부장으로 입사하면서 삼성과 첫 인연을 맺는다. 90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시절, 정상회담차 방한한 고르바초프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한 일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93년 삼성건설이 구포 열차사고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사장으로 특파돼 "위기 관리능력"을 발휘했다. 결국 그해 10월 그룹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된다. 삼성이 한창 개혁바람을 일으킬때였다.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그의 업무처리가 높이 평가받은 덕분이다. 밀랍인형을 연상케 할만큼 차가운 인상이지만 활짝 웃을 땐 영락없는 "미소년"이다. 현실장의 1주일은 꽤나 바쁘다. 금요일엔 비서실 팀장회의를 주재하고 화.수요일엔 그룹운영위원회와 사장단회의에 참석한다. 하루평균 세명의 외부손님을 만나지만 회사내에선 일체 안 만난다는 점도 특이하다. 새벽 4시30분이면 서소문 삼성 생활문화센터에서 땀을 흘리는 그를 볼 수 있다. 잠자는 시간은 하루 4~5시간 정도. 등산외엔 뚜렷한 취미가 없다는 "일 매니아". 부인 오영자씨(54)와 2남. 혈액형은 AB형.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