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를 움직이는 세계의 큰손] (10) 헤지펀드 <상>

헤지펀드(Hedge Fund)들이 한국증시로 몰려오고 있다. 대표적 헤지펀드인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는 최근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를 틈타 대한투자규모를 4천억원이상으로 확대했다. 타이거펀드도 투자규모를 3천억원이상으로 늘린데 이어 현재의 2~3배정도 더 높일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들의 속성상 정확한 규모는 알수 없지만 상당수의 헤지펀드들이 한국증시에 상륙한 것으로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90년대 초반 엔화 폭등, 파운드화 위기, 멕시코 페소화 폭락사태 등을 유발시켜 국제금융시장의 무법자로 지목됐던 헤지펀드들이 증시개방을 계기로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내재가치를 중요한 투자판단기준으로 삼는 뮤추얼 펀드, 펜션 펀드등과는 달리 이들은 단기시세차익을 노려 투기적으로 매매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진단이다. 국내 금융시장도 이제 국제적 투기자금(Hot Money) 앞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셈이다. 언제라도 이들에 의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수 있고 피흘려 쌓아올린 국부가 하루아침에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헤지펀드는 뮤추얼 펀드나 사적기금과는 구분되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헤지란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보수적 안정적인 투자를 일컷는다. 그러나 헤지펀드는 위험회피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오히려 위험을 선호하는 펀드라고 할수 있다. 헤지펀드는 투자자의 수를 100명이내로 제한한다. 미국 증관위의 등록을 피하기 위해서다. 미국 투자회사법은 투자자의 수가 100명이내일 경우 등록및 공시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당국의 까다로운 감시에서 벗어나겠다는 이들의 속셈. 따라서 헤지펀드의 실체는 언제나 베일에 가려있을 수밖에 없다. 또 이들은 차입금을 이용한 투자도 서슴지 않는다. 예를들어 2천만달러어치 주식을 사서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뒤다시 주식을 사는 식으로 투기를 일삼는 것. 투자대상이나 지역에 제약이 없는 것도 중요한 특징중의 하나다. 돈이 생기는 곳이면 아프리카 밀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식 채권등 자본자산뿐만아니라 원유 금등 실물자산에도 투자하는 잡식성이다. 헤지펀드는 기본적으로 사모방식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운용전략을 세운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성격의 펀드가 존재한다.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단기전을 위주로 하는 펀드도 있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요한 투자기준으로 삼는 펀드도 있고 성장성을 투자척도로 삼는 펀드도 있다. 심지어 타기업으로 인수가능성이 있는 부실기업에만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뮤츄얼 펀드등 신탁상품들은 내부자거래금지등의 제약으로 펀드매니저들이자신의 펀드에 출자할수 없다. 그러나 헤지펀드매니저들은 자기 펀드의 큰 투자자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모방식인데다 운용에 별다른 제약이 없는 만큼, 광고나 홍보에 관한한 엄격한 제약이 따른다. 환금성에도 제한이 있기는 마찬가지.투자후 일년간은 투자자금을 회수할수없다. 이후 분기당 1회에 한해 투자금액을 인출할수 있다. 한편 헤지펀드의 운용을 담당하는 펀드매니저는 투자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 통상 헤지펀드매니저들은 운용수익의 20%정도를 자신의 몫으로 챙기고 있다. 100억달러짜리 펀드가 30%의 수익을 냈다면 30억달러의 20%에 해당하는 6억달러가 자기몫인 셈이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세계자본시장의 승부사이며 전문투기꾼인 이들이국내의 기관투자가들이나 큰손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투자방법을 선보이는것도 바로 이런 ''당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