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식 허와실] (50) 단기와 장기 .. 윤택 <한국경제연>

경제학 교과서를 읽으면 "단기"와 "장기"의 구분이 곧잘 등장한다. 장.단기 구분은 경제학 교과서의 이론적 분석에 유용한 한편, 현실의 경제현상도 장기적 또는 단기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몇년 또는 몇십년간 살펴보면 잘 맞는 경제현상이 한달 또는 몇개월간에는그대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일한 경제변수들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많은 나라들에서는 수 십년간 장기적으로 보면 통화량과 물가는같은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현실 경제에서는 통화량이 시중에 많이 풀려 있어도 이러한 통화량증가에 이어서 바로 물가가 올라가지 않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수출과 수입의 차이로 정의되는 무역수지와 환율 변동의 관계에서도 소위 "J 커브효과"가 존재해서 환율의 변화가 무역수지에 주는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다. 즉, 환율변동에 따른 수출입가격의 변동과 이에 따른 수출입물량조정간에는 시차가 있어서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다른나라들의 화폐에 대해 상대적으로원화의 가치를 하락시키더라도 상당기간 시간이 경과된 후에 장기적으로 무역수지가 개선되기도 한다. 물가상승률과 생산량수준을 나타내는 국민소득지표들간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예를 찾을 수 있다. 국민소득지표로 사용되는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생산(GNP)에 단기적으로영향을 주는 요인들과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 GNP를 단기적인 경기순환과 관련된 부분과 비교적 장기적인생산성의 증가등에 기인하는 공급능력의 변화와 관련된 부분으로 나누어 볼수 있다. 이 경우 단기적인 경기순환과 관련된 부분만을 놓고 볼 때에는 GNP와 같은국민소득지표들이 증가할 때 물가상승률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그외의부분을 놓고 볼 때는 GNP의 변화와 물가상승률은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이 장기 및 단기를 구분해서 본 경제변수들간의 관계에 차이가 있을때 이를 무시한 정형화된 경제상식의 유용성은 감소된다. 윤택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