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그룹, 우성건설 인수] 왜 한일로 갔나

채권단이 우성그룹 인수대상자로 한일그룹을 최종 낙점한 것은 이자지급등인수조건이 채권은행들 입장에서 가장 유리하다는 "상업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대표단회의에 참석한 채권은행단관계자가 "한일그룹이 낙점된데는 이자지급조건 증자계획 추가자금지원요청규모 향후자금조달계획 등 4가지분야에서 다른 그룹보다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데서도 알 수 있다. 사실 막판에 취열한 경쟁을 벌였던 한일그룹과 미원그룹은 규모나 경영능력에서 월등히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채권단으로서는 돈을 더 많이 갚아주겠다는 기업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약2조원에 이르는 기존여신에 대한 이지지급조건에서 경쟁자였던 미원그룹은 7년간 이자를 면제해 달라는 "다소 무리한"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비해 한일그룹은 80%는 8.75%의 프라임레이트로 제시하고 나머지는 20%는 유예해 달라고 했다. 우성건설에 대한 증자도 마찬가지다. 미원그룹이 1천5백억원의 유상증자방안를 제시했으나 한일그룹은 2천7백46억원의 신규증자를 약속했다. 채권단에대한 추가자금지원요청에서도 미원은 5천억원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한일은 2천7백57억원만을 요청했다. 또 한일그룹은 현재 수원의 1만평, 부산의 19만평에 각각 짓고 있는아파트에서 자금이 들어와 현금흐름이 좋아진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밖에 한일그룹은 지난 86년 국제상사 남주개발 (제주하얏트호텔)신남개발 (부산해운대호텔) 원효개발 (양산통도사골프장) 연합물산 등 국제그룹의 5개계열사를 인수해 부실기업을 정상화시켜본 경험이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작용했다. 한일그룹이 부산 경남지역에 연고권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도 알게모르게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3개후보그룹중 가장 규모가 커서 채권은행단이 가장 선호했던 한화그룹은 "선인수 후정산"등 제일은행이 내세운 5개조건을 모두 받아들여야만 한다면 인수에 나서지 않겠다며 일찌감치 중도 포기했다. ( 안상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