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으로 세계정상 도전 .. 미 EDS사 탐방

지구 반대편 지사와의 화상업무회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속에서의 비행시뮬레이션, 체형을 스캐닝한 양복제조 등등. 미국의 세계적 시스템통합업체(SI:System Integration)인 EDS사가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첨단서비스들이다.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불리는 정보기술은 이제 초고속정보통신망 행정통합정보망의료정보망등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가장 뛰어난 정보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나 국가가 경쟁력을 갖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기술서비스는 지난 62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 컴퓨터업체인 IBM의 영업사원이던 로스 페로(Ross Perot)가 단돈 1천달러로 설립한 EDS에서 시작됐다. 페로가 32세에 어머니 아내 누나등을 이사로 텍사스주 등기소에 창립등기를 하면서 세계적 SI업체인 EDS가 탄생한 것이다. 달라스의 포리스트레인에 본사를 둔 이회사는 이제 세계 41개국에 진출, 연간 1백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정보기술업체로 우뚝 섰다. 페로자신도 남보다 빠르게 정보기술을 이용해 백만장자가 됐다. EDS는 지난84년 세계굴지의 자동차업체인 GM사에 26억달러에 매입된이후 페로의 뒤를이어 레스 앨버탈회장이 86년에 취임, 매출이 3배이상 급증하는등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세번째 컴퓨터를 많이 구입하는 EDS는 올들어 또다시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서비스업체를 꿈꾸며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EDS는 모회사인 세계적 자동차업체인 GM에서 분리키로 지난3월31일 합의를 봤다. 내달중 주총에서 승인을 받으면 12년만에 독립하는 셈이다. 이 회사는 독립을 앞두고 올들어 제임스 베이커 전국무장관,딕 체니 전전국방장관등 거물들을 새로운 이사진으로 영입, 전열을 정비했다. 이회사는 올 1,4분기에 약 37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21%의 고성장을했으며 순이익도 2억1천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11% 증가했다. 정보기술을 활용한 SI사업이 정보시대의 유망산업임을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SI는 유형의 제품이 아닌 전문인력과 고도의 기술, 그리고 마케팅만을 통해 엄청난 매출과 수익을 올리고 있다. 페로는 사업을 시작했을때 "고객에게 자기들이 가장 잘할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컴퓨터를 써서 정보처리를 하는 것은 우리에게 맡겨달라. 우리는 고객보다 더 빠르고 더 싸게 일을 한다"는 점을 강조해 사업에 성공했다고 밝혔었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인재육성과 기술력확보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SI산업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고 하겠다. EDS가 GM에 끼친 공로도 대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알려져 있듯이GM은 80년대들어 비대한 조직에 따른 동맥경화현상으로 고객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해 도요타를 위시한 일본자동차회사등에게 많은 시장을 내주어야 했다. 91년 50억달러의 적자를 냈고 일부에서는 거대공룡의 몰락을 예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84년에 인수한 EDS가 이같은 GM을 되살린 것이다.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에서 GM의 컴퓨터시스템운영을 지원하고 있는 가레트 수피나부장은 "EDS는 정보기술을 활용해 GM에 적합한 생산관리시스템과 정보망을 구축하는등 군살제거와 고객지향으로 변신을 추구했다"며 "이같은 노력으로 GM은 결국 93년 만성적자에서 벗어나게 되고 일본 자동차업체에게 빼았겼던 시장을 회복할수 있었다"고 들려줬다. EDS는 이와함께 세계최초의 상업용 가상현실(VR)센터를 설립 운영하는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가 6백만달러를 투입해 지난해 5월 문을 연 디트로이트 알버트 칸빌딩에 자리잡은 VR센터는 입체영상용 안경을 쓰고 3차원영상관 의자에 앉으면 비행훈련 마케팅 교육 건축 의료등 거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활용가능한 VR기술을 생생하게 접할수 있다. 조지 흐리지우스코센터부장은 "GM의 경우 VR기술로 미리 소비자들의 취향을 종합해 97년형 자동차모델을 제작중이며 오하이오주의 공군기지는 차세대 항공기용 재료의 분자모델을 시험하는데 VR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DS는 또 신공항의 컴퓨터운영시스템과 통신회사의 빌링시스템 전자화폐 올림픽및 월드컵관련 첨단정보스템구축등에도 애쓰고 있다. 존 재럴 에어포트 마켓담당이사는 "공항 전산시스템분야는 앞으로 급속히 성장할 분야가 확실하다"며 "EDS는 한국합작회사인 LG-EDS와 함께 영종도 신공항 전산운영시스템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짐 와들레 글로벌커뮤니케이션담당부장은 "한국통신과 빌링시스템구축에 대해협의중"이라며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이분야 사업이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EDS의 이같은 성장은 국내 SI업계에도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하겠다. 80년대 중반에 국내에 도입된 SI는 그동안 매년 30-40%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SI가 정보사회의 국가 중추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점이 해결되어야 한다는게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크렉 로저스 LG-EDS마케팅이사는 "가격위주의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고객에게 최적의 해결책을 제공할수 있는 기술습득과 요소기술별 특화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 나가야할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에서도 금융 세제상지원등 SI산업의 경쟁력을 높히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SI업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초고속정보통신망 행정통합정보망 의료정보망구축등 국가경쟁력은 물론 국민복지증대를 좌우할 사업이라는 인식아래 SI산업을 키우려는 노력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