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이종훈 <한국전력 사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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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류화선 부국장대우 산업1부장 ]] 어느 해건 여름이 다가오면 바빠지는 곳중 하나가 한국전력공사다. 전기 소비가 일년중 가장 많은 여름철 전력수급계획을 점검하고 만약의사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종훈 한전사장(61)은 그래서 요즘 몸이 세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그는 특히 영광원전 5,6호기 추진, 대북 경수로 지원등 그렇지 않아도 산적한 문제들과 씨름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한전 공채 1기로 사장에 올라 지난 3월 연임된 그는 오는 23일 공기업 사장으론 처음으로 한국능률협회가 주는 "한국의 경영자상"을 수상한다. 한전의 서비스를 일본의 도쿄전력 수준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이사장.그가 본사 유화선부국장대우 산업1부장의 인터뷰에 응했다. 1백80Cm의 장신인 이사장은 아무리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도 인상만큼이나 거침없고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날씨가 더워지면 항상 그래왔듯이 올여름 전력사정을 걱정하는 소리가많습니다. 이사장=큰 걱정을 안해도 될 겁니다.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는 작년보다 9%정도 늘어난 3천2백56만kW로 예상되는데 공급능력은 3천4백82만kW에 달합니다. 예비전력이 2백26만kW로 공급예비율은 7%를 유지할 거란 얘기지요. 이 정도면 1백만kW짜리 원전 한기가 불시에 정지해도 전력공급엔 차질이없습니다. 일반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예전처럼 어느날 갑자기 전기가 나가는 제한송전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요. -그렇더라도 예기치 못한 이상고온이 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이사장=설령 이상고온이 발생하더라도 전력예비율이 5%이상은 되도록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여름철엔 온도라는 변수가 워낙 커 방심할 순 없겠지요. 전국적으로 에너컨을 전부 가동하면 1백만kW가 오르락 내리락 하니까요. 그래서 한 여름에는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 국민들이 전기를 좀 아껴썼으면 해요.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이 시간대에 가정에선 에어컨 가동을 자제하고 공장에서도 꼭 필요하지 않은 설비는 가능한 한 낮시간을 피해 돌려 달라는겁니다. 이렇게만 되면 "올여름 전력전선 이상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날씨군요. 한전의 기상전망은 기상청 예보보다 더 정확할 수도있을 것 같은데요. 올여름엔 얼마나 더울까요. 이사장=아무리 더워도 지난 94년 같기야 하겠습니까. 그때는 연일 이상고온이 계속돼 전력예비율이 2.8%까지 떨어졌었지요. 지난 겨울엔 좀 추웠으니까 작년 여름보다는 덥겠지만 그리 심각할 걸로보지는 않습니다. -매년 여름철 전력수급전망도 그렇지만 더 중요한 건 중장기 전망 아닙니까. 최근 몇년동안 전력예비율이 낮았던 것은 중장기 전망을 잘못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는데요. 이사장=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부와 한전은 2년마다 중장기 전망치를 수정하는데 나름대로 신중을 기하고 있어요. 하지만 전력수급도 어차피 경기전망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이게 빗나가면다소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지요. 경기전망이라는 게 사실 한 분기 앞도 맞추기가 힘든 것 아닙니까. 그런 걸 놓고 전력수급전망이 주먹구구라고 하는 건 심한 애기지요. 물론 한전이 엄청난 투자비 때문에 전력시설을 넉넉히 가져가지 못한다는 건 시인합니다. 돈이 어디 한두푼 들어가야 지요. 내후년부터 한전은 비용보다 투자비가 더 많아지게 됩니다. -어디에 그렇게 많이 투자를 하십니까. 이사장=제일 큰 건 역시 발전소를 짓는 전력설비 투자지요. 또 송변전 설비도 계속 확충해 나가야 합니다. 지난해 한전이 9천4백억원이나 되는 이익을 내고도 왜 전기값을 올렸냐하면 투자비 때문이예요. 금년만 7조원 가깝게 투자를 해야 하는데 유보이익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빌려 써야합니다. 이렇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도 있겠죠. 전기료 인상은 미래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현세대가 어느정도 부담을 짊어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먹고 마시는데 쓰는 돈이 아니니 국민들도 이해를 할 겁니다. 혹시 보다많은 자금 조달을 위해 뉴욕증시 말고도 다른 나라 주식시장에 한전주를상장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나요. 이사장=아직 별다른 계획은 없습니다. 지금 뉴욕증시에서도 한전은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불편없이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요. 여기서 한계가 있다면 동경이나 런던증시등에 상장하는 걸 고려해 보겠지만 아직은 그런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문제는 외국산 기자재의 경우 외국에서 조달한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국산 기자재는 외자로 구매 할 수 없다는 점이예요. 통화증발을 막기 위해 국산 기계등은 국내 재원으로 사도록 돼 있거든요. 여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돈도 문제지만 발전소 건설 부지 확보는 더 큰 난관 아닙니까. 영광원전5,6호기는 당초 작년말 착공 예정이었지만 현지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아직 첫삽도 못뜨고 있으니 말입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입니까. 이사장=주민들의 이해부족이 제일 큰 문제지요. 물론 영광원전 주변 주민들에게 많은 보상을 해주면 좋지요. 그러나 형평의 문제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무조건 반대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에게 보다 많은 보상을 해준다면그건 사회정의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등의 횡포도 무시 못합니다. 영흥도 화력발전소의 경우 옹진군 시절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인천광역시로 편입되면서 부터 환경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진척이 되지 않고있어요. 이런 문제는 비단 원전뿐만이 아닐 겁니다. 지금 모든 국책사업들이 떠안고 있는 어려움 아니겠어요. -그래서 정부도 국책사업에 관한 한 지방정부가 인허가권을 행사해 사업추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사장=그 특별법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시 주민들을 꾸준히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않을 거예요. -영광원전의 경우 주민들의 반대시위가 하도 격렬해 이미 정상가동에 들어간 3,4호기의 준공식도 못치뤘지요. 이사장=준공식은 어떻게 보면 축제와 같은 것인데 주민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할 수야 있겠습니까. -영광원전 처럼 주민들의 반대가 심각한데 기존 원전부지에 계속 추가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겠습니까. 기존 부지 말고 제3의 신규 부지도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사장=물론입니다. 한전은 지금도 몇곳을 신규원전 예정부지로 잡고 주민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직은 저항이 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존 원전의 경우 영광과 울진은 6기까지 건설하면 끝이고 당초 4기까지만 지으려고 했던 고리와월성엔 여유부지가 있어 추가 건설방안을 추진중입니다. 현재 주민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어요. -핵폐기물 사업도 과학기술처로부터 이관받게 됐지요. 한전 입장에선골치거리를 하나 더 받아들인 셈인데요. 이사장=한전은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경우 완전히 태워서 유리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놓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방사능 유출도 막고 부피도 20분의 1로 줄일 수 있지요. 곧 상용화할 계획이예요. 하지만 핵폐기물을 유리화하더라도 폐기장이 아예 필요없는 건 아닙니다. 폐기장 부지도 서둘러 찾아 봐야지요. -대북 경수로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지난 3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로부터 북한 경수로 공급을 위한 주계약자로 한전이 공식 지정됐는데요. 이사장=현재 원전 예정지인 신포에 대한 부지와 사회.인문조사 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지에서 일하게 될 한전 직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영사협정을 맺는 것인데 북측에서 반대하고 있어요. 외교관도 아닌 한전 직원들에게 영사 특권을 인정해 줄 수 없다는 거지요. 하지만 정식 외교관계도 없는 북한에 들어가 일하려면 그 정도의 신분보장은 필수입니다. 그래야 보다 우수한 인력이 현지에 들어가 마음놓고 일할 수 있거든요. 우리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금도 미국 뉴욕에서 KEDO와 북한측이 통신.통행 신분보장등에 대해협상을 벌이고 있지요. -기술진의 자유왕래를 위해 한전이 속초-신포간 페리호 운항도 제안했다면서요. 이사장=북한은 그것도 역시 반대예요. 속초하고 신포 사이를 배로 연결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해 제안했는데 북한측에선 항공편 이용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페리호를 운항하면 3시간 밖에 안 걸리는데 비행기로 가자면 한참 돌아가야 하기때문에 더 어려워요. 페리호를 운항하면 북한측에도 이익이 될텐데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일이예요. -한전은 북한뿐아니라 해외 전력사업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지요. 이사장=필리핀에서 말라야 화력발전소를 복구해 운영할 예정이고 인도에선 전력사업 합작 양해각서를 맺어 놓았습니다. 또 중국에선 산동성에 한국형 경수로 원전 건설을 추진중인데 잘 될 겁니다. 산동성 원전은 중국의 장기전원계획엔 잡혀 있지 않지만 한전이 타탕성조사 결과를 제출하면 계획에 반영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렇게 해외사업을 많이 벌이면 앞으로 국내와 외국에서의 매출비중이 어느정도나 될까요. 이사장=금세기안에는 해외사업의 비중을 전체 매출의 10%정도 까지끌어 올릴 계획입니다. 오는 2000년께는 국내 전력공급설비가 5천만kW가량 되니까 해외에서 5백만kW 정도의 설비는 수주해야하지요. 그 이후엔 해외매출 비중을 장기적으로 20%까지 올릴 겁니다. -어쨌든 지난 3년간의 경영실적이 좋은 평가를 받아 사장에 재선임 됐는데요. 지난 임기동안 자랑할 만한 성과와 다소 미흡했던 점을 꼽는다면 어떤게 있습니까. 이사장=우선 성과라면 세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해외사업을 본격 시작한 것이고 둘째는 한전주를 뉴욕증시에 상장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양질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거예요. 세번째는 관련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해 국내 전기산업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한단계 높여 놓았다는 것을 감히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자랐던 부분도 많지요. 개인적으론 한전의 조직을 보다 슬림화하고 직원들의 의식도 더 서비스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선 기대에 못미치는 점들이 많아요. -그래도 이사장 취임후 종업원 수는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알고있는데요. 이사장=한전의 사업 규모가 커진 것에 비하면 많이 늘지 않았지요. 앞으로도 직원수를 늘리기 보다는 기존 직원들의 재교육에 역점을 둘 방침입니다. 세계화 시대에 살아 남으려면 개개인이 모두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지요. 경영개선을 위해 직원들의 의식구조도 더 바뀌도록 할 겁니다. 사실 이런 경영혁신들이 직원 본인들에겐 다소 고통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어차피 한 집안식구 사장이 앞장 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불평않고 잘 따라 오고들 있습니다. 이런 게 점차 쌓이면 회사 전체가 바뀔 거예요. -한전의 서비스 수준을 어느정도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라도 있습니까.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기업도 좋고요. 이사장=일본의 도쿄전력이나 미국의 듀크파워사와 같은 세계적인 전력회사 정도의 경쟁력은 갖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한전의 목표이지요.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