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재 동향] 가격 폭등 .. 자원빈국 "시름"
입력
수정
국제 원자재가격이 올들어 폭등세를 구가하며 자원빈국에 깊은 시름을던져주고 있다. 금값이 연초 급등하면서 원자재시장에 강세장을 도출한 이후 곡물 원유 납등 각종 원자재들이 일제히 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원자재시세를 나타내는 CRB지수도 지난 4월26일 261.38을 기록한후 최근까지 260선을 중심으로 포진해 있다. 이는 88년7월이래 약 8년만의 최고수준이다. 미나이트리더사가 옥수수 휘발유 커피 등 17가지 1차상품시세를 동일비중으로 평균산출한 CRB지수의 급등은 낮은 수준의 원자재재고와 폭증하는 수요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원자재선물거래에서 매도자의 보관비등을 고려, 원월물이 근월물이나 현물보다 일반적으로 비싸지만 극도의 수요초과현상으로 현물이선물을 앞지르는 이른바 "백워데이션"장세가 연출됐다. CRB지수를 구성하는 17품목중 곡물 원유 커피 등 적어도 10개이상 품목이 현재 백워데이션현상을 빚고 있으며 이것이 장기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것이다. 곡물값은 이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백워데이션장세를 연출하며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 거래자들을 경악시켰다. 옥수수 5월인도물은 CBOT 개장(1848년)이래 사상 최고치를 연거푸 경신하며지난달 26일엔 부셸당 5.0725달러까지 솟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이상 오른 것이다. 소맥값도 천정부지로 뛰면서 7달러를 돌파했고 지난 3월에는 매수세가 이상 폭증하며 일시적으로 7.5달러까지 솟구치기도 했다. 백워데이션장세에서 이들 곡물값은 5월인도물이 7월인도물에 비해 최고 50%까지 프리미엄이 얹혀 거래됨으로써 가격폭등세가 유발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장세는 곡물재고가 수십년만에 최저로 떨어진데다 기상악화로 올 곡물작황이 크게 부진한 것이 주원인이다. 서리와 강추위 가뭄등이 연속 겹쳐진 미국 겨울밀의 경우 작황이 양호한 작물이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수요폭증이 가세한다. 중국은 곡물수출국에서 최대 수입국으로 자리바꿈했고 아시아 등의 곡물수요는 확대일로를 걷고 있어 빠듯한 수급상황을 한층 궁지로 몰고 있다. 더욱이 백워데이션장세에서 짭짤한 매매차익을 얻으려는 펀드들이 시장에대거 진입, 투기적 수요마저 팽창하고 있는 것. 일례로 골드만삭스 투자은행은 지난 12개월동안 원자재현물지수가 15.5% 오르는 동안 매매차익 실현으로 총수입은 39.5%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달들어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는 소맥과 옥수수가 앞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믿고 있다. 곡물가격은 앞으로 일기변화에 따른 신곡의 파종및 작황, 겨울 밀수확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움직일 공산이 크다. 유가도 강세행진을 지속하며 걸프전이후 5년만에 최고시세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지난 4월11일 걸프전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25.35달러를 기록한후 소폭 하락, 보합양상을 보이고 있다. 브렌트유도 지난연말보다 약1달러 높은 19달러선에서 조정장세를 겪고 있으며 미휘발유값은 올들어 10%이상 앙등,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휘발유값은 특히 본격 드라이브철을 맞아 미대선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공화당측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휘발유세 인하"카드를 내놓았고 클린턴측은 유가인상을 막기위해 비축석유를 긴급방출키로하는 한편 업계의 담합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의 정유업계가 지난해부터 이익확대를 위해 "수시구매" 전략을 채택,비축량이 격감함으로써 가격급등을 유발시킨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도 유가앙등은 지난 겨울 엄습한 한파에 영향받아 수요가 강세를 보인데다 이라크와 유엔의 석유수출협상 타결이 지연된 것이 주요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로써 석유시장에도 백워데이션이 출현, 최근까지 근월물값이 원월물보다 10%이상 높은가격으로 거래됐다. 최근의 예기치 않았던 이상장세여파로 올해 국제유가는 이라크의 원유수출재개여부와 상관없이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문기관들은 전망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두바이, 브렌트, ANS등 3개유종의 평균가격이 지난해 배럴당 16.8달러에서 올해 약1달러 상승한 17.6달러선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금속시장은 곡물과 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장세를 연출했지만 금과 납등 일부 금속들에 백워데이션이 나타나며 강세기조를 시현했다. 금값은 지난 2월초 6년만의 최고치인 온스당 417달러까지 치솟는등 연초 금속시장의 강세를 주도한후 하락, 현재 390~400달러선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말에 비해 약10달러 상승한 것이다. 이상한파로 인한 자동차배터리 고장으로 수요가 폭증한 납의 경우 올들어 10%이상이나 크게 뛰었다. 납값은 t당 800~900달러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프리미엄이 붙은 현물값이 t당 927달러까지 폭등하며 거래중단사태가 빚어지는 일시적 파동현상도 빚었다. 건축자재로 주로 사용되는 동은 18개월이나 되는 장기간의 백워데이션을 겪으며 가격이 크게 올라있어 업체들이 생산을 늘리고 있다. 백워데이션 장세에서 빚어진 원자재 가격폭등세는 앞으로 점차 개선될 가능성은 있다. 그 결과가 어찌되든 올들어 빚어지고 있는 원자재값 급등현상은 이미 자원빈국들에 큰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