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평] '정글스토리' .. 한 로커의 음악적 고뇌 그려

"두 갈래 길이 있었네. 나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했네" 시인 프로스트가 노래한 "길"은 지금도 미지의 세계로 가는 사람들에게 벗이 된다. 그러나 미 답지의 여정은 외롭다. 영화에서도 소재와 형식의 변화는 위험을 수반하는 까닭이다. 록음악을 소재로 한 "정글스토리" (김홍준 감독)는 보는 영화라기보다 듣는 영화에 가깝다. 음악성과 시장논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록커의 고뇌를 그린 이 영화는대중성이 약하다는 결점에도 불구하고 세미다큐멘터리 기법의 도입과영화장르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덕목을 지니고 있다. 상업성이 판치는 대중문화의 "정글"속에서 현실비판과 저향정신을 일깨우려는 젊은 "타잔"의 몸부림. 카메라가 빠른 속도로 숲을 훑고 지나가 바닷가에 닿으면 거기 한마리 사자처럼 포효하는 도현 (윤도현)이 있다. 록가수를 꿈꾸는 그는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날마다 "밀림"을 헤맨다. 6개의 단락으로 된 얘기는 록커가 되기 위해 무작정 상경한 도현이 낙원상가의 점원으로 취직하는 1부 "낙원"에서 시작해 지하공간에서 미래의 꿈을 키우는 "언드그라운드", 매니저 지우 (김창완)의 주선으로 음반 취입을 시도하는 "정글"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다. 좌절한 그는 "고향"으로 내려가 멤버들을 하나씩 규합하고 "황야"의 비닐하우스에서 재기의 칼을 간다. 어렵게 마련한 라이브콘서트에서 그가 발견한 건 텅빈 객석과 초라한 패배자의 모습뿐이다. 라스트신은 이들이 절망을 딛고 일어나 대학로에서 거리콘서트를 벌이는 장면. 즉석 관객들의 환호속에 울려퍼지는 노래가 가슴을 적신다. 어눌함속에 유머가 묻어나는 김창완의 연기가 재미를 돋구지만 극적구성이 미흡하고 약사로 나온 조용원의 역할이 뚜렷하지 않은 점 등은 아쉽다. ( 18일 명보 동아 롯데예술 신촌아트홀 개봉 예정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