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지각변동] (11.끝) 활로못찾는 신용금고

최근 한달사이에 상호신용금고업계에서는 금고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모임이 경영자측과 노동조합측에서 잇달아 열렸다.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전국상호신용금고 최고경영자 세미나"와 지난 15일부터 이틀동안 대전에서 열린 "전국상호신용금고노동조합 발기인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경영자측은 현재 금고들이 처한 상황이 지난 73년 설립이후 최고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과거 정부의 규제와 보호에서 벗어나 은행 할부금융사 팩토링사등과의 경쟁에서 참패하고 있다는 자기진단이었다. 노조측은 한발더나가 경쟁에서 밀린 상당수 금고들이 M&A(인수합병)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어 근로자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이를 막기 위해 금고단위 개별노조를 해산하고 전국규모의 단일노조를 세우는등 구체적 행동에 들어갔다. 노조양측은 쓰러져가는 금고를 일으켜세우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정부가 장기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업이 안된다 =올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저금리로 금고는 현재 대출이 정체상태에 빠져 있다. 올들어 4달동안 전체 2백36개 금고에서 대출이 늘어난 액수는 1천억원,대출신장율은 지난연말대비 0.5%에 불과하다. 신용관리기금 집계에 따르면 절반정도인 1백여개 금고는 대출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이 안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출금리가 비싸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에서 제일 비싼 대출금리가 연14.5%수준인데 대부분의 금고에서는 연15%이상을 주지 않으면 대출이 어려운 실정이다. 금고들이 지역밀착경영을 한다해도 금리민감도가 높아진 고객들은 금리가 비싼 금고를 찾지 않고 있다.(곽후섭 금고연합회장) M&A가 급증하고 있다 =이달안에 경기도 구리금고가 대한지방행정공제회에 인수될 전망이다. 구리금고는 여수신이 각각 9백억원대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매년 10억원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내실있는 금고였다.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소유권이 넘어간 금고는 모두 12개. 부실금고도 있지만 대부분이 구리금고처럼 정상적으로 영업을 해왔던 금고들이다. 갈수록 영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자 소유주들은 프리미엄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때 팔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금고는 대력 30여개정도지만 연말께는 50개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장기비전은 무엇일까 =최근들어 정부가 발표한 "상호신용금고 지역밀착 금융기관으로의 육성"(이윤재 재경원은행보험심의관)은 지난 23년간의 정부정책에서 발전된게 거의 없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금융산업의 발전정도에 따라 금고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냐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현재 KDI(한국개발연구원)는 금고의 장기비전으로 지역에 기반을 두되 은행업무는 허용해주는 "지역단위은행(Unit Bank)으로의 전환"과 은행업무를하는 중앙금고를 세우고 금고들이 지점형태로 참여하는 "중앙금고 설립"등의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둘중 어느 것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게 정부의 입장이다.(오갑원 재경원중소자금담당관) 향후 시계가 어둡다 =영업부진으로 올 6월말 결산때 당기순이익이 지난해의 절반수준에 맴돌것이며 당장 내년부터 흑자를 기록할 금고가 거의 없을 것이란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해동금고 관계자) 서울 부산등의 일부 대형금고들은 지역밀착경영을 펴기엔 너무 규모가 커져버렸고 지방의 소형금고들은 밀착경영을 해도 고객이 떠나고 있어 이래저래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