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근로기준법, 21세기 산업구조 걸맞게 바뀌어야

박성준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은 산업화 초기의 노동시장 여건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것으로써 기본적으로 무한노동공급시대의 근로자들의 임금및 근로조건의 열악한 사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은 이들 근로자들의 보호하기위해 국가가 최소한도의 근로조건을 설정하고 기업에 획일적으로 준수할 것을 강제화한 근로자 보호법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정이후 40여년간의 경제 사회 여건의 변화는 근로기준법의 존속 의의에 의문점을 던지게 되었다. 먼저, 정보화 서비스화및 자동화로 일컬어지는 산업구조 생산기술의 변화와 노동력의 여성화 고령화는 임시직 파트타임 그리고 파견근로제등 다양한 취업 공용형태를 낳았다. 또한 소득수준의 향상, 고학력화 신세대출현은 이미 근로자의 의식구조에 변화를 가져와 임금이외에 여가선호, 경력개발및 자율성 확대등 다양한 근로조건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노동운동의 활성화에 따른 노사간의 실실적 대등관계로의 진행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성격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둘째, WTO체제 출범으로 상징되는 무한경쟁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의 유연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그 일환으로 노동력의 탄력성 제고에 눈을 돌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근로기준법의 고유 보호기능의 상당부분이 특별법들-남녀고용평등법, 산업안전보건법, 직업훈련기본법및 산업재해보상법등-의 제정으로 그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 이와같이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와는 달리 시대적 상황의 변화는 근로기준법을 기업에 획일적.일률적으로 강제화 하기에는 그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 노동시장의 수급변화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 다양한 고용.취업형태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강제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은 노동시장의 탄력화.유연화의 제한요인으로 적용할 것이다. 더욱이 WTO체제로 인하여 기업이 시장여건의 불확실성이 증폭됨에 따라 기업은 상황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경영여건을무시한 근로자 보호일변의 경직적 근로기준법은 결국 기업의 대응능력을 제한함으로써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근로기준법은 과거와 같은 단순한 근로자의 일방적 보호규제차원에서 벗어나 향후 21세기의 노동시장의 효율화및 경제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높아진 근로자의 의식변화에 맞춰 실질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의미의 근로자보호, 즉 경영의 효율성과 근로자의 보호를 조화롭게 이룰수 있는 방향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점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특별법 제정으로 인하여 필요없게 된 근로기준법 조항들은 삭제되어야 한다. 예컨대 재해보상 관련 조항들은 산업재해보상법으로 대체되어야 하며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능습득에 해당되는 조항들 또한 직업훈련기본법으로 대체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근로자의 과보호로 인해 오히려 근로자에게 피해가 되는 조항들은 수정되어야 한다. 가령 여성의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한 기업에서 남녀차별을 하기때문이라기 보다는 근로기준법상의 여성에 대한 과보호에 기인한다고도볼수 있다. 따라서 한예로 유급생리휴가등 여성에 대한 과보호조항은 과감히 삭제되어야 한다. 셋째,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파견근로자제도, 변형근로시간제및 정리해고제등이 도입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 관련조항들은 노사간 자율적 의사결정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미 선진제국에서는 근로계약에 관한 한 상당부분이 민법화되어 가는 추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