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WTO 정보통신협상 한국도 효율적 전략 세워야

최병일 시장규모 5,000억달러가 넘는 세계기본통신서비스시장을 개방하려는 야심찬 의도에서 지난 94년 출범한 WTO체제 아래에서의 다자간협상 예정시한인 96년 4월30일이 지났다. 자, 무엇이 결정됐는가? WTO 사무국의 공식회견을 인용하면 "WTO 기본통신협상 참가국들은 96년 4월30일 각국이 제출한 시장개방계획서를 "동결"하고 97년 2월15일까지 협상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2년을 소요해온 협상은 최종순간에 가서 타국의 시장개방계획이 자국의 수준과 기대에 못 미친다는 미국의 강력한 반발때문에 타결되지 못하고,일단 협상시한을 연장함으로써 파국의 위기를 넘겼다. 이같은 협상시한 연장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타결될 경우 각국의 자유화약속 계획서는 오는 98년 1월부터 발효된다. 지금까지 모두 38개 회원국(EU 15개 회원국은 하나로 간주)이 협상에 참여해 왔다. 이들은 세계기본통신서비스 시장규모의 93%, 세계전체 전화회선의 82%,국제통화량의 84%를 각각 차지한다. 한 국가내에서 독점, 복점 등의 형태로 기본통신서비스사업자 숫자를 제한하는 것을 폐지하고 외자제한을 완화하며 외국사업자에게 통신망구축을허용하는 등 시장진입및 규제제도에 관한 부분들에 대해 중점적으로 협상이진행돼 왔다. 애당초 협상시한인 4월말까지 34개 회원국이 시장자유화계획서를 제출했고상호접속, 공정경쟁, 규제제도의 투명성, 규제기관의 독립성 등 규제제도 운용에 관한 일반원칙이 도출되고 각국이 선택적으로 이 원칙들을 수용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지는등 협상타결을 위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WTO 기본통신협상 시작이전과 비교해 봤을 때, 주요협상국들은 대부분 협상진행과정에서 추가적인 시장개방약속을 했다. 미국은 무선국 20% 외자제한을 간접투자의 경우 전면 허용키로 했고 EU는 원칙적으로 98년부터의 전면개방(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역내개도국 제외), 일본은 1종 사업자에 대한 외자제한을 NTT, KDD를 제외하고는전면 폐지했다. 한편 선진국이 가장 중요한 개방대상국가의 하나로 지목하는 한국은 협상초기부터 "선국내경재 후대외개방" 구도를 정하고 95년 7월 전면적 경쟁체제를 지향하는 통신시장구조개편을 단행하면서 98년부터의 단계별 대외개방전략을 추진해왔다. 현재 전혀 외자참여가 안되는 유선계 전화사업에 98년부터 33% 외자참여를 허용하겠다는 약속은 이러한 전략의 산물이다. 최근 미국은 한국의 민간통신사업자의 조달에 대해서도 한국정부가 미국기업의 동등참여를 보장하는 협정체결을 요구하고 EU는 미국과의 동등한 사업참여가기회보장을 강력 요구하는등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시장을겨냥한 쌍무적인 통상공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쌍무협상은 본질적으로 강대국의 논리가 지배한다. 협상의 진행과정에서 약소국의 진정한 이해가 균형있게 반영되기가 어려운것은 물론이고 협정체결이후 협정의 해석및 이행과정에서 강대국의 편파적인주장에 끌려다니기 십상이다. 바로 이 이유때문에 WTO체제야말로 한국처럼 강대국의 무분별한 쌍무공세에구조적으로 취약한 국가가 의지할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WTO 기본통신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되지 못할 경우 가장 피해를 입을 국가의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협상이 일단 97년 2월 중순까지 연장됨에 따라 미국등은 개도국들의 보다 광범위한 개방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협상타결지연에 결정적 역할을한 국제서비스 위성서비스관련 다자간규범창출에 이해당사자들의 협상력이 집중될 것이다. 한국은 협상기간동안 MFN(최혜국대우) 원칙에 기초한 시장개방과 각국의 경제발전단계에 상응하는 시장개방추진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협상철학에 기초하여 지금까지 제출된 주요국과 자신의 개방계획서를 냉정하게 비교, 평가하고 외국사업자의 국내시장진입과 국내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정보통신 서비스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진일보시켜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높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국내시장개방에 상응하는 정도로 해외시장개방을 적극 추진하여 국내기업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확보할수 있도록 한국은 협상전략을 다시한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