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 .. 황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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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수 사람은 저마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갖고 살아간다. 그래서 어떤 일에 대한 의견과 해결책도 각자 처한 입장과 위치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이처럼 같은 일에 대해서도 남여노소가 의견이 다르고 하는일에 대한 만족도도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의해서만 그 일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이솝우화중에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내용이 있다. "뿔이 크고 아름다운 사슴 한마리가 평소 자신의 길고 탐스런 뿔은 너무나자랑스러워 한 반면 비쩍마른 다리는 정말로 볼품이 없어 감추려고 하였다. 그러나 갑자기 사자가 나타나자 사슴은 그 볼품없지만 긴다리 덕택에 멀리달아날수 있었으나, 평소 자랑스럽게 여겼던 뿔이 나뭇가지에 걸리는 바람에사자한테 잡히게 되었고 사슴은 죽어가면서 "뿔만 없었어도 살 수 있었는데"라면서 탄식했다"는 내용이다. 진짜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될 부분이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취급하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일화다. 기업의 경우도 이와 같아서 외부에서 볼때는 크게 빛이 나지 않지만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들이 음지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얼마나 성실하게 일해 주는가 하는 것에 기업의 존망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의 건강이 외부로 드러나는 골격이나 근육의 정도로 결정되는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기관이 제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처럼, 기업의 성장여부도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업무를 묵묵히 해 나가는 말없는 다수의 작은 실천에 의해 결정된다. 근래에 발생했던 대형참사들의 대부분도 드러나지 않는 작은 부분에서 좀더 기본에 충실했으면 사전 예방이 가능했다는 분석이지만, 이는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작은 실천이 중시되는 건강한 사회분위기 조성이 선결될 때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