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대책 "입씨름" .. 부처간 시각은 다르고...

정부가 국제수지방어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나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원화절하 무역금융확대 통화긴축 등에 대해선 아예 부처간의 시각이 천양지차다. 수출보험지원확대 수출선수금한도확대 등에 대해선 방향엔 동의하지만구체적인 폭엔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제수지 적자를 줄이자니 물가가 터지는 식으로 정책목표가 서로 충돌하는 것도 정부의 운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총수요관리정책=소비재수입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경원 일각에서 제시하고 있다. 통화공급을 줄이는등 당분간 긴축기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총수요관리정책으로 선회할 경우 금리가 오르는등 즉각 물가불안이 야기될뿐더러 하강국면의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 반도체가격급락으로 수출에 비상이 걸렸지만 하반기에 사정이 달라지면 "그때 왜 성장을 희생했나"라고 후회할 것이란 주장이다. 원화절하=통산부와 업계에서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고평가되어 있는 환율이 수출부진의 주범이란게 재계의 주장이기도 하다. 재정경제원은 그러나 전형적인 대증요법이라며 ''절대불가'' 입장이다. 정부가 환율을 조작할 수도 없지만 중앙은행의 개입을 통해 환율을 높인다대호 일시적인 수출증대 효과만 있을 뿐 중장기적으로 기업들의 경쟁력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에서다. 환율절하는 또 수입을 크게 줄여 국내물가를 불안하게 만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출선수금영수한도확대=통산부에서 수출촉진을 위해 강력하게 건의하고있다. 현재 전년수출실적의 10%로 되어 있는 한도를 15%선으로 늘려 달라는 주문이다. 재경원은 그러나 한도를 늘려주면 외자유입폭이 커져 오히려 재계의 희망과는 반대로 원화가 절상되는 모순된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늘린다해도 최소한의 폭으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세율조정=통산부는 수출촉진을 위해 국내생산이 어려운 기초원자재를 무세화하거나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재경원이 추진하고 있는 관세율개편작업에 포함시키라는 주문이다. 재경원은 그러나 관세수입이 크게 감소할 우려가 있고 기초원자재를 사용하는 곳이 주로 대기업이어서 대기업에만 지나친 특혜를 준다는 점에서다소 부정적 입장이다. 수입선다변화해제=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다변화해제품목을 가능한한 축소해야 한다는게 통산부와 재계의 생각이다. 그러나 재경원은 물가안정을 위해 수입선다변화를 대폭 풀어야 한다며 현재 수입선다변화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무역금융확대=신용장방식수출에 대한 무역금융한도를 확대하고 연불수출자금지원상의 직접대출의 보증여건 및 국산기자재사용의무비율제도의 개선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의 "보조금" 지급으로 WTO(세계무역기구)의 제소를 받기 때문에 곤란하다는게 재경원의 판단이다. 여행수지축소방안=문체부는 내국인의 해외여행을 줄이려면 국내에 충분한레저시설을 구비해야 한다며 호텔업을 금융.세제지원이 많은 민자유치대상사업에 포함하고 골프장규제를 대폭 풀며 관광산업육성관련기금에 대한 정부출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경원은 그러나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