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여왕병 환자 .. 송숙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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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대부분은 어려서부터 공주병이라는 것을 조금씩은 가지고 자란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자기가 이뻐보이고 잘나보인다는 자부심은 극도의 열등감만큼이나 주위사람들을 괴롭히는 병이다. 병이라고까지 해석하는 것은 그자신이 항상 남의 주목을 받으면서 최고라는착각을 하고 남을 무차별 얏보기 때문에 당하는 상대는 감정상 아픈 상처를입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제멋에 겨워서 산다. 지렁이도 제멋에 겨워 딩굴고 꿈틀 댄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인데 왜 자기기분이 없겠는가. 본능적으로 누구나 나르시즘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데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조금 더 심하다는 통계가 있다. 여왕병이란 무엇인가. 어떤 정신분석의에게 물어봤더니 그것을 슈퍼리어 컴프렉스라고 가르쳐준다. 슈퍼우먼 컴프렉스 이것도 속아줄수 있고 참아줄수 있는 정도면 가벼운 증세고, 병까지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 착각이나 강도가 지나치면 그런 성향의 친구나 아내, 남편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대단한 비극이 아닐수 없다. 나에게도 P라는 소꼽동무가 있는데 그녀와 나의 우정은 정말 힘들게 지속되고 있다. 오랫만에 그리워서 모든 흠을 잊고 만나면 30분이 안되어 지겨워서 만난것을 후회한다. 그녀는 언제나 어디서나 자기가 최고로 아름답고 멋있고 지적이고 다른 사람의 이론은 모두 엉터리라고 경멸하며 성토한다. 그리고 자기가 외토리인 것은 자기의 자세가 고답적이기 때문이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의 충고와 분석을 따라야 된다고 주장하고 강요한다. 다시 만나지 않을 각오를 하고 가당찮은 자부심을 산산조각 내줄까 하다가도 상식적인 사람들은 싫으면 상대안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보통의 자기방어와 예고이즘으로 도망치고 만다. 의사의 처방에 의하면 이병은 아직 특별한 치료약이 없어서 스스로가 평생동안 자아수련을 하든가, 아예 기인으로 자처하고 은둔하고 살던가 자구책을 구하는 도리밖에 없단다. 여왕병의 특징은 자기야말로 가장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수우한 머리를 가진 훌륭한 사회인이라고 착각하는데 있다고 한다. 이 건강하고 멀쩡한 수재를 누가 감히 "고치시요 병이요"하고 충고할 수가 없는데 이병의 도그머가 있다고 한다. 만나면 제 자랑이요 자화자찬이니 정말 듣기 거북하고 전화가 오는 것까지 두려워지지 않을수 없다. 누구하고도 오래 우정이 지속될수 없고 다른 병과 달리 특효약이 없으니 고치기도 힘들다. 손을 가슴에 얹고 나는 어느정도인가 반성해봄직한 질병, 이것이 여왕병이라는 약도 없는 병이 아닌가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