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연극제' 눈길 .. 우리네 고유정서 "물씬"

"올여름 애인이나 가족과 함께 무게있는 창작극을 봅시다" 예술의전당과 극단미추가 공동기획한 "최인훈연극제"가 1일 개막됐다. 7월24일까지 약 두달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과 토월극장에서 펼쳐질 최인훈연극제는 "광장"과 "화두"의 작가로 유명한 최씨의 작품세계를 통해 번역극에서 느끼기 힘든 우리 고유정서를 맛볼수 있는 좋은 기회. 예술의전당이 94년 "오태석연극제"에 이어 한국의 대표적인 희곡작가를 선정, 작품세계를 집중조명하는 "오늘의 작가"시리즈의 두번째 행사다. 1일 막을 올린 첫작품은 "봄이 오면 산에 들에"(16일까지 자유소극장)두번째는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22일~7월7일 자유소극장) 세번째 작품은 "둥둥 낙랑둥"(7월12~24일 토월극장)이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는 시적인 대사와 상징성 뛰어난 구성이 돋보이는최씨의 대표적인 희곡. 문둥병으로 집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달내와 그의 아버지, 달내와 장래를 약속한 바우가 사또로부터의 시달림을 피해 모두 문둥이가 되어 산으로 간다는 줄거리. 손진책 연출, 윤문식 주성환 오보현 김종엽등 출연.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는 평안도지방의 구비설화인 "아기장수이야기"를소재로 우리 고유의 사상을 표현한 작품. 폭정에서 백성들을 구할 아기장수가 태어났다는 풍문에 위협을 느낀 관가가수색에 나서자 아버지는 아기를 목졸라 죽이고 절망한 어머니는 자살한다는슬픈 이야기다. 외국인의 시각을 통해 세계적인 보편성을 추구한다는 의도로 91년 "시간의그림자"에서 극단 미추와 공동작업한 독일인 마뉴엘 루트겐홀스트에게 연출을 맡긴다. 정태화 방숙 박혜진 이용이등 출연. "둥둥 낙랑둥"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설화를 재구성, 가치의 실체를 모색한 작품. 낙랑공주를 쌍둥이로 설정, 그 한사람이 호동의 계모가 되어 낙랑공주가 죽은후 호동과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가 흥미롭다. 손진책 연출 김성녀 정동환등 출연. 극단미추는 작품마다 중견과 신진배우의 2팀을 구성, 교체출연시켜 세대간연기대결을 벌인다. 미추의 손진책대표는 이번 연극제가 "한국적 연극양식을 추구해온 미추의 10년작업을 총괄적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될것"이라고 밝혔다. 580-1130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