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은행, 중소기업중심 거래확대 등 체제 구축을

배학 요즈음 한국에서 오는 경제신문을 보면 자금은 남아들고 이를 운용할 거래처는 마땅하지 않아 각행이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거래처를 발굴키 위해 노력하고 개인 가계대출을 늘리기 위해 애쓰는등 금융환경이 과거와는 크게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제도가 일본의 변화와 발전과정을 많이 따라왔다는 점에서,그리고 일반적으로 한국의 금융부문이 일본에 비해 대략 10년정도 뒤지지 않았나하는 점에서, 10년전의 일본의 은행들의 한면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지금부터 대략 10년전인 1985년4월 아사히신문이 도시은행들의 영업전략의전환에 대한 금융관계특집 기사를 실었다. 그 내용은 1985년 상반기 도시 은행 각행의 전국지점장 회의에서 대부분의은행장들 훈시중에 "개인고객및 중소기업과의 거래를 중단시키고 영업의 지역밀착화를 기하라"는 등의 내용이 강조되고 "각 지점은 자기 지역내를 샅샅이 뒤져 지방은행과 신용금고들이 거래하고 있는 작은 기업까지도 가능한 한 융자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전까지 주로 대기업 거래에 치웅했던 도시 응행들이 영업전략에서 일대 전환을 가져왔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당시의 중소 금융기관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던 모양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은 일본 산업경제의 발달로 인한 대기업의 여유자금 증대와 신용력향상에 따른 직접 자금이 늘면서 당시 대형 도시 은행들의 주거래 대상이던 대기업들이 은행을 이탈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시은행들도 지방은행과 신용금고 업계등 중소 금융기관이 주도해왔던 개인 고객과 중소기업에 대한 거래확대를 모색케 된 것이다. 당시 산업계를 살펴보면, 1984년 6월 현재 도요다 자동차의 여유자금이 유가증권을 포함하여 1조800억엔이며 그 금융수지가(금융 이자수입-금융 이자지출) 1천90억엔으로 당시 도시은행 5위인 삼화은행의 경상이익 1천64억엔을 넘을 정도였다. 1983년 마쓰시다 전기의 금융 수지도 274억엔이었다. 또 동경 증권거래소의 은행, 증권보험을 제외한 1부상장 903사중 당해 년도의 결산에서 금융수지가 흑자인 회사는 214개사로 대략 4개사중 1개사가금융이자수입이 지출보다 많았다. 이러한 여유 자금이 일본 산업 경제의 발달과 함께 더욱 확대되면서 대기업으로부터의 자금 수요를 기대키 어렵게 된 것이다. 이후, 지난10년간 일본 도시 은행들의 영업은 중소기업 및 개인 고객에대한 거래 확대로 이어졌다 더구나, 근년에 와서 이러한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후퇴에 따른 영향도 있겠지만, 일본의 10대 도시은행들은 최근 수년간 대출부진으로 매년 대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중속업에 대한 신규대출과 개인 가계대출을 늘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을 더욱 자극시키는 것은 소비자 금융을 취급하는 회사들이다,버블경제의 붕괴에 따른 거액의 불량채권으로 적자 결산을 한 도시은행들과는 대조적으로 5개 주요 소비자 금융회사들은 많게는 무려 1천1백7억엔으로부터 적게는 2백67억엔까지 창립이래 최대규모의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년대비 19~56% 증가한 수준이다. 이같은 현상은 결국 대출수요는 존재하나 아직도 은행의 문턱이 높고 절차가 복잡하여 소비자들이 은행을 기피하고, 문턱이 낮고 절차가 간편한 소비자 금융회사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 배경에는 소비자금융회사들이 소액 가계 대출의 업무처리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효율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철저한 신용 정보 관리에 의해 대손발생율을 낮게 유지한 점도 크게 작용 했다. 오늘날, 한국의 산업현황과 금융실정이 10년전의 일본과 같을수는 없겠지만산업계의 성장과 함께 금융 부문의 개방화, 국제화가 가속되면서 대기업들의신용력 향상과 자본 시장 발달에 따른 직접 자금에의 의존 증가, 그리고 거래은행 선택폭의 확대 등으로, 우리나라도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일시적인 중소기업 및 개인고객 거래 확대책보다는 보다 장기 영업전략적 시야에서 이러한 금융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은행 체제를 정비해 나가는 것이 우리 은행들이 당면한 시급한 과제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