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42) 제10부 정염과 질투의 계절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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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만도 하지. 젊은날부터 지금까지 거의 날마다 방사를 치렀으니 정력이 말라버릴 수밖에. 사람이 태어날 때 너는 일생동안 숨을 몇번 쉬어라, 심장은 몇번 뛰어라,잠자리는 몇번 하여라 하고 조물주가 횟수를 정해 놓았을 거란 말이야. 그렇게 정해 놓은 잠자리 횟수를 벌써 넘겼으니 그게 힘을 쓸 리가 없지. 첩을 얻기 전에는 말이다. 네 시아버지가 밤마다 얼마나 나를 괴롭혔는지, 한편 좋기도 하면서 귀찮기도 하고 정신이 없었다니까. 그래 첩이라도 하나 얻어주면 내가 덜 괴롭겠거니 하고 실하고 예쁘장한 계집을 얻어주었더니만 아닌게 아니라 숨통이 좀 트일 수 있었지. 하나 더 얻어주니까 더 편안해졌고" 형부인이 비씩 웃으며 희봉의 눈치를 살폈다. "어머님은 아버님의 첩들이 시샘이 나지도 않았어요?" 희봉으로서는 남편이 첩을 여러 명 얻어 자기에게 자러 오지도 않고 한다면 질투로 인하여 심장이 터져 죽고 말 것이었다. "여자로서 시샘이 없기야 했겠어. 근데 사대부 집안이면 첩들을 두는 것이 보통 있는 일이고, 밤에 시달리는 일도 줄어들고, 외로울 때는 그 계집들이랑 이야기도 나누고,이래저래 좋은 점도 있지" "소문에 듣건대, 남자들은 첩들이란 할 때는 파정을 하지 않는다면서요? 파정을 하지 않고 정기를 아꼈다가 본처하고 할 때만 파정을 하여 실한 자식을 얻는다면서요?" 희봉이 평소에 궁금해 하던 사항을 시어머니에게 물어보았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듣긴 들었는데, 그 양반은 그런 것 같지 않더라. 여기저기 마구 쏘아대었던 모양이야. 하긴 절정의 순간에 파정을 하지 않고 참는다는 것이 여간해서 쉽지가않지. 굉장한 정력을 가지고 있어야 그 일도 가능할 거야" "그렇게 시아버님이 정력이 말라버렸는데 원앙을 얻어서 뭐하시려는 거죠?" "원앙은 그러니까 몸을 데워주는 몸화로 역할을 해주겠지. 늙은 남자가 그건 하지 못해도 젊은 여자의 알몸을 안고 자면 뭐 회춘이되기도 한다나. 그거에 대한 남자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니까. 주책바가지들이야" 희봉은 원앙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일을 성사시켜보려는방향으로 머리를 써야만 하였다. "어머님, 우선 저랑 같이 할머님 처소로 가 보시지요. 근데 할머님에게 말씀드리기 전에 원앙의 마음을 떠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음, 그게 좋겠다" 두 사람은 희봉의 수레에 함께 올라 대부인의 처소로 나아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