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시티마케팅] (5.끝) 정책도 세일즈시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여유도 생깁니다" "컷. 시장님 시민들의 마음이 편해지고 여유가 생길 수 있도록 긴장을풀고 말씀해주십시오" 조순 서울시장이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고 시의 교통정책을홍보하기 위해 TV 광고방송을 제작하던 도중 조시장과 광고담당 제작자간오고간 대화다. 조시장의 TV광고방송제작은 쉽지많은 않았다. 광고제작 담당자의 제동이 걸리기 일쑤였고 결국 4시간 동안의 힘겨운 노력끝에 30초분량의 광고가 완성됐다. 민선 단체장들에게는 관선시대와는 달리 한가지 업무가 추가됐다. 정책의 소비자인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책을 기획, 집행하던 관선시대의 관행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주민들에게 알려나가는 정책홍보가 그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대부분이 시민들의 협조없이는 성과를 거두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정책홍보는 당연한 공공기관의 임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 공공기관은 이같은 점을 등한시해왔다. 공직사회 특유의 폐쇄성, 공무원들의 홍보마인드부족 등이 원인이다. 조시장은 정례간부회의에서 "지자체도 이젠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일을 잘하고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시민들이 알지 못한다면 아무 효과도기대할수 없다"고 홍보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홍보담당관실의 조직을 확대했다. 이전에 주로 시장의 연설문을 작성하던 업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홍보만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재편했다. 정책을 알려나가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방송이나 신문등 기존 언론매체를 이용하는 것. 서울시는 교통방송에 매주 금요일마다 "열린 시장실"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과 시의 각종 정책을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기독교방송에 "지방시대 837"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시의 각종정책을 가벼운 용어로 풀이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 프로그램에서 상담자의 역할을 하는 서울시 홍보담당관실의 양원선씨는 5분길이의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 꼬박 일주일을 보낸다. "네. 자전거 정말 좋죠. 운동이 되니까 몸에도 좋고. 그래서 자전거타기 대행진행사가 마련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시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아 알기쉽고 편안한용어로 설명하기가 쉬운일만은 아니라고 양씨는 말한다. 서울시의 각 자치구도 정책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민들에게 구의 시책을 알리는 대표적인 수단인 반회보가 크게 변했다. 이전처럼 똑같은 내용에 천편일률적인 편집방식으로 제작돼 주민들에게 외면받았던 반회보에서 탈피, 본격적인 지역신문으로 자리잡아나가겠다는 의도다. 관악구처럼 아예 신문크기로 제작하는 경우에서부터 강서구같이 물가정보와 시장정보등 각종 생활정보를 담아내는 경우까지 다양한 반회보가 제작되고 있다. 마포구에서는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재개발관련 뉴스를 전하는 "재개발소식"을 분기별로 발행하고 있다. 서울 이외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도 서울의 예와 다르지 않다. 김혁규 경상남도지사도 방송광고 모델로 나섰다. 경남도는 김지사가 직접 출연하는 "경남으로 오세요"란 TV광고를 제작해7월부터 20회에 걸쳐 전국에 방영할 계획이다. 김지사는 남해대교 한려수도 통도사등 도내 피서지에서 광고촬영을 이미마무리했다. 대구시도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지금까지 딱딱한 표현위주로 구성돼 거의시민들에게 읽히지 않았던 시보를 아예 타블로이드판으로 바꾸고 시민참여란을 크게 확대했다.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 최병대연구원은 "아직까지도 홍보와 관련한 예산이나 인력이 외국의 도시에 비해 떨어지고 홍보기법도 발달하지 못한게 사실"이라며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도시의 이미지를 알려나가는일은 좋은 정책을 기획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