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기개발 어떻게..."..한-중합작 무산이후 업계 대안마련

국내 항공 업계가 한중중형항공기 합작 무산 이후의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합작 실패로 인한 충격에서 깨어나는 최선의 방책은 새로운 프로젝트의 발진뿐이라는 공감대가 업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업계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대안은 완제기 생산을 계속 추진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2가지다. 전자가 "신규 사업 개시"라면 후자는 "기존 외국 프로젝트 참여"라 할 수 있다. 먼저 완제기를 고집할 경우엔 미국 유럽 등지에서 새로운 합작 파트너를 찾아야만 한다. 한국은 기술과 자금 시장 등 3가지 측면에서 자립이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는 중국의 파트너가 될 유럽 컨소시엄에 들지 않은 독일의 DASA와 네덜란드 포커사, 스웨덴 사브사등을 유력한 신규 합작 파트너로 꼽고 있다. 이들 업체는 독자적인 중.대형기 생산 경험을 갖고 있어 얼마든지 새로운 프로젝트 개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중 포커사의 경우 파산하긴 했지만 네덜란드 정부가 "회생"을 조건으로 한국과의 합작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사브는 70인승 중형기 개발을 거의 끝낸 상태로 한국이 아시아 지역 판매권을 획득, 기술을 이전받는다는 구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삼성항공은 올초부터 이들 업체들과 물밑 접촉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들에도 불구,신규 프로젝트 추진 방안은 "너무 부담스럽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정책당국간 협의 등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이 형태는 지분과 기술 이전 설계사무소및 조립장 설치 등 숱한 난제를 안고 있다. "완성기 제작에 집착하지 말고 처음부터 차근 차근히 항공 산업 발전 전략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나가야 할 것"(심이택대한항공부사장)이란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이런 이유때문에 "완제기 포기-외국 대형 프로젝트 참여"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기존 프로젝트는 "수퍼 점보"기 사업 정도. 보잉사와 에어버스사가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여객기 개발 사업이다. 보잉은 4백50인승급인 기존 747-400기종보다 용량과 기능이 향상된 747-600시리즈를 구상하고 있다. 탑승 인원은 5백여명. 에어버스도 5백~6백인승급 A-3XX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여기에 지분 참여나 공동 제작 형태로 들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럴 경우 일본이 과거 보잉 767기와 777기 개발사업에 각각 15%와 25%씩 지분을 갖고 생산과정에도 일부 참여했던 선례가 좋은 보기로 제시되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엔 미쓰비시 가와사키등이 참여했다. 어쨌든 항공 업계는 당분간 이런 신규 프로젝트 모색으로 위기 상황을 탈출하는데 전력을 다할 태세다. 하지만 투자규모가 워낙 커 개별 업체들이 일일이 감당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범정부차원의 신항공산업 정책 제시가 시급하다는 결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