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담, 광우 문제 논쟁장 될듯 .. 타회원국 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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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21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은 실업난해소 정부간회의(IGC) 화폐통합등 공식의제는 뒷전으로 밀린채 광우를 둘러싼 영국과 여타 14개 회원국간 힘겨루기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측은 자국이 제시한 영국쇠고기에 대한 단계적 수입금지완화조치를 EU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른 의제의 논의를 방해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광우병사태가 해결되지 않는한 유럽통합에 "비협력" 정책을 사용할 것이라고 선언한 영국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여차하면 "거부권"을행사, 회담 자체를 마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광우병 사태해결을 위한 영국측의 입장은 1단계로 아시아 아프리카등 역외국에 대한 쇠고기 수출금지를 해제한후 오는 9월 이후 출생한 송아지,광우병 전염 가능성이 없는 목초로 사육된 소와 30개월 미만된 소의 고기에대한 금수도 단계적으로 풀어달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이에대한 다른 회원국의 반응은 냉담하다.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인 영국이 다른 회원국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크 상테르 EU집행위원장은 19일 "영국쇠고기의 역외국에 대한 금수조치는역내와 동일한 시기에 실시될 것"이라며 영국의 주장에 반대입장을 분명히한후 "영국이 비협조정책을 포기하지 않는한 이번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를얻기는 어려울것"이라고 강조했다. 룩셈부르크의 자크 푸스 외무장관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국소 금수조치에 대해 논의조차 해서는 안된다는 강경입장을 표명했다. 게다가 영국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보여온 프랑스도 반대입장으로 돌아서 영국을 더욱 고립 상태로 몰아 넣고 있다. 프랑스정부는 지난주 수입이 금지된 영국산 사료가 유입됐다는 사실에 대해 격분한데 이어 자크 시라크총리도 여론을 의식, "이번 정상회담에서 프랑스가 갖고 있는 최대 관심은 국민들의 건강"이라며 광우병사태에 강경입장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물론 실권을 가진 정상간의 모임이란 점에서 영국정부의 체면을 살려줄 극적인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영국이 도살규모를 당초 8만두 수준에서 10만두 이상으로 확대하는 대신EU측도 금수해제의 전제조건을 완화, 합의점을 찾는 묘수를 기대하는 시각도있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 처럼 영국과 다른 회원국들이 타협점을 찾지 못할경우 이번 정상회담은 쇠고기전쟁을 치르다 이틀간의 일정을 서둘러 끝낼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태 진전에 따라 유럽통합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온 영국이 통합궤도를 이탈하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수 없다. 영국은 마거릿 대처 전총리가 지난 80년 영국지원금의 일부 반환을 주장한적이 있고 90년에는 화폐통합에 반대하며 정상회담을 방해한 적이 있다. 또 92년에는 유럽환율체계(ERM)를 탈퇴했으며 이후 유럽통합의 모든 작업에"선택적 참여"를 주장하는등 그동안 EU내 "이단자"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로써 유럽통합은 광우병소요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영국의 이탈은 곧 유럽통합의 미완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21일 플로렌스를 찾는 유럽 정상들의 마음은 무거울수 밖에 없고 따라서 이들이 들고 올 보따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