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건설산업] 다시 세계로 뛴다 : 동남아 진출 급증

해외건설이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 제2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 지난 65년 현대건설이 태국에 진출,해외건설시장에 첫발을 디딘이래 지난해에는 85억1,000만달러의 해외건설수주고를 기록했다. 올들어서도 국내건설업체들은 5월말까지 말레이시아 인도등 28개국에서 66건 49억1,100만달러의 공사를 수주, 지난해 같은기간의 17억8,600만달러에비해 2.8배나 증가한 해외수주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우리나라의 해외건설수주액은 지난 83년이후 13년만에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더욱이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지속할 경우 중동건설경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81년의 136억8,000만달러를 상회하는 150억달러선에 이르러 사상최고액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70년 후반에서 80년초반까지 지속됐던 해외건설의 제1황금기가 지역적으로중동에 한정돼 중동경기의 침체와 함께 부침을 거듭했지만 최근의 고성장은동남아 중동 미국 중국등 다양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94년부터는 중동지역 의존도가 31%로 급감한 대신 경제성장으로 건설발주량이 늘고 있는 동남아의 비중이 60%선으로 늘어났다. 또 해외진출국가도 50여개국으로 증가했으며 베트남 중국등 사회주의 국가와 건설선진국인 미국 일본등도 포함됐다.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 시장여건 변화로 건설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이며 동남아지역 개도국들도 항만 도로 발전소등 대형토목시설을 비롯한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을 필요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건설업체의 진출가능성이 넓어져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는 기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다변화측면에서는 특정지역시장의 절대 의존현상이 90년대까지이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해외건설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동남아지역에 편중된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동남아시장은 최근 나라별로 수십억달러의 각종 사회간접자본시설을 잇따라발주함에 따라 우리나라 해외건설수주액의 60%선을 이곳에서 건질 정도로 국내건설시장의 주요 활동무대가 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사회간접자본확충에 초점을 둔 "VISION 2020" 계획과 제7차 경제개발 5주년계획(1996~2000년)을 연계시켜 인프라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경제하부구조발전 5개년계획(1995~99년)에 따라 모두 530억달러를 투입, 통신 수송 발전시설및 상하수도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태국은 제7차 5개년개발계획(1992~96년)을 추진중이며 필리핀은 2000년대 신흥공업국으로의 진입에 대비, 95~98년 4년간 모두 167억달러를 투입해에너지 전력 수송분야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베트남은 사이공 롱탄~봉타우간 고속도로등 도로신설및 개보수, 교량분야에 25억달러를 투자하는등 2000년까지 현재대비 GDP 2배증대를 위해 대규모 국책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중동신화"를 안겨줬던 중동건설시장은 80년대 지역분쟁과 유가하락등으로공사발주량이 급격히 감소했으나 88년을 고비로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특히 88년의 이란.이라크 전쟁종식과 유가안정에 따라 낡은 시설 확충및 산업플랜트등을 중심으로 발주액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 지역에서는 노동집약적인 공정에서 점차 기술집약적인 플랜트부문 발주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에선 90년이후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발주됐으나 이들 발주공사중 절반가량을 자국업체가 수주하는등 자국화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유럽은 시장단일화추진에 따른 파급효과로 역내국간의 건설업체 교류및 건설공사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어서 국내건설업체들이 진출할수 있는 잠재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등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는 동구권국가들의 개발프로젝트가 늘고 있는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최대규모의 미국건설시장은 그동안 침체돼 있었으나 94년부터 경기활성화로 호황을 맞을 전망이다. 이에따라 최근들어 미국건설시장에 현지법인이나 지사설립형태로 진출한 국내건설업체들은 모두 40여개에 이르고 있다. 건설투자규모가 7,0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은 발주제한이 엄격하고 제도적인 장벽으로 한국건설업체는 단순공사시공등제한적인 진출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지난 72년 발주자 보호와 건설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건설업체허가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업체간 담합, 조달절차의 불투명성으로외국업체의 진출은 극히 부진하다. 지난 79년이후 개방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은 84년부터 매년 20%이상 건설투자를 늘려 왔다. 제9차 5개년계획(1996~2000년)수립시 우선순위를 SOC확충에 두고 자금과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중앙정부차원의 SOC확충에만 현재의 2배 수준인 5,000억달러이상 투입할 예정이어서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설계와 시공의 엄격한 구분으로 원청.하청의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없어 외국업체의 경우 원청참여가 제한되는등 제도상의 장벽이 높다. 또 성.시정부가 발주하는 공공공사의 경우 지방정부와 합의가 된 후에도 중앙정부및 은행등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등 사업승인기준이 까다롭고 투자이익의 환수가 어려워 국내건설업체들의 진출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러시아와 호주 아프리카 중남미등은 아직까지 국내건설업체의 진출이 미미하다. 이들 국가는 급속히 건설규모가 팽창하고 있지만 호주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의 정치상황이 불안하고 자금조달능력이 낮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