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언론시장' .. 일본 '머독 쇼크'로 떠들썩

[도쿄=이봉구특파원] 일본이 ''머독 쇼크''로 떠들썩하다. 세계의 언론제왕으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씨가 일본의 유력민영방송인 TV아사히주식을 전격취득키로 한 사실이 20일밤 발표되자 일본언론들은 ''가공할 뉴스'' ''경천동지할 사건''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며 긴장감에 쌓여 있다. 머독씨의 TV아사히경영참여는 외국미디어의 일본언론참여로서는 처음 이뤄지는 것이어서 일본도 이번 일을 계기로 세계적 미디어재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머독씨가 거느리고 있는 호주의 언론재벌 뉴스쿠퍼레이션사는 손마사요시(손정의)사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TV아사히의최대주주(지분 21.4%)인 오분샤미디어(주)를 매입키로 했다. 뉴스코퍼레이션과 소프트뱅크가 설립하는 합병회사는 오분샤미디어를 4백17억5천만엔에 매입하게 되며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양사가 50%씩(2백8억7천5백만엔) 출자해 오는 9월까지 인수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오분샤미디어는 최대주주의 자격으로 TV아사히에도 임원을 파견할 예정이어서 머독씨는 자연스레 경영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머독씨는 이미 "일본에서 1백개이상의 채널을 갖는 위성디지털방송 ''J스카이B''를 2년이내에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혀놓고 있기 때문에 TV아사히에의 자본참여는 이를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머독씨는 아시아의 최대시장인 일본에까지 손을 뻗치게돼 미국 유럽 아시아에 걸친 세계적 언론제국의 위상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머독씨는 현재 영국에서 타임지 선지등 4개 신문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뉴욕포스트등을 산하에 거느리는등 신문 TV 잡지 영화등 모든 미디어분야에서 화려한 M&A(기업매수합병)극을 반복해 왔다. 머독씨의 TV아사히 경영참여는 한국으로서도 결코 남의 일로만 볼수있는 사건이 아니다. 급격한 세계언론재편과정에서 무풍지대로 남아 왔던 일본시장에 그가 참여한 것은 아시아시장제패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선언한 것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머독씨는 이미 지난 93년 아시아전역을 커버하는 홍콩의 스타TV도 매수한 바있다. 한국의 경우 오는 98년부터 미디어시장을 개방할 예정인데다 아시아국가로서는 대규모시장인 점을 감안하면 뉴스코퍼레이션등 세계적 언론기업의 M&A 표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 이번 사건은 머독씨의 언론제국확장이란 단순한 차원을 넘어 앞으로의 미디어업계는 방송과 통신등 각종매체간의 융합이 더욱 급속히 진전될 것이란 중요한 시사점도 제공하고 있다. 머독씨가 컴퓨터소프트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을뿐아니라 최근에는 인터네트를 활용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손을 뻗치고 있는 소프트뱅크를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인터네트는 통신회선으로 라디오나 TV를 볼수있을 뿐아니라 문자 음성 영상등의 교신도 가능한 점이 보여 주듯 미디어업체가 컴퓨터소프트업계와 제휴할 경우 정보량이나 프로그램질등의 면에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NBC TV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술제휴를 체결하고 있는 것을 비롯 최근 수년간 인터네트등의 퍼스컴통신과 TV 영화 신문 출판등 미디어의 융합현상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어떤 매체와 어떤 형태로 제휴하느냐가 미디어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