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독자광장] 요지경 증시 개인투자자는 괴롭다 .. 박경순

나무 잘 타는 원숭이도 가끔 실수로 나무에서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는데 가끔 나무위에 올라가는 사람이 나무타기에 서툴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이치이다. 원숭이를 투자정보와 자금력을 갖춘 막강한 기관투자가에 비유한다면 가끔 나무를 타는 사람은 투자정보와 자금력에 뒤진 개인투자자라 할 수 있다. 개인이 주식투자로 성공하는 경우는 열에 한명 나올까 말까 할 정도다. 개인이 증권시장에 뛰어드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지금상황에선 주식투자가 재산증식의 최적기라고 추천할 때이다. 언론에서 추천했든, 증권사에서 추천했든, 아니면 가까운 직장동료나 선배가 추천했든 귀가 솔깃해질수 밖에 없다. 신문을 보면 연일 증권사 추천종목과 관심종목이 게재된다. 정확하지도 않으며 검증되지도 않은 그야말로 일상적인 추천을 선량한 개인투자자들은 믿을 만한 정보인 것으로 인식한다. 그 결과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입는다. 종합주가지수가 아무리 높아도 하락하는 종목은 있게 마련이며 투자정보에어두운 개인은 대부분 하락하는 종목을 보유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리하여 이제나 저제나 벙어리 냉가슴 앓듯 증시에 볕들날만 기다리지만 요지경같은 증시는 좀처럼 기대한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현재 시세가 매입할 당시의 3분의 1시세에 미칠까 말까한 주식이 한 두 종목이 아니다. 태반의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기는 커녕 원금만 건져도 좋겠다는 입장이다. 구제조치없인 증시의 봄은 영원히 오지 않으리라고 본다. 최소한 원금만이라도 건질수 있도록 은행예금처럼 원금보장제도를 도입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국가의 장래와 개인의 수익을 위해 성장성이 부각되는 우량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즉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하지 않으려고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는 기업은 기업 스스로를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불행한 일이며 기업인의 윤리를 저버린 부도덕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에서는 부실기업이 증시에 상장되는 자체를 불허한다면어떨까 생각한다. 산적한 증시과제에 최선책은 개인이 증시에 분별없이 뛰어들지 않도록 관계법령을 개정하는 일이며 차선책은 한국증시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수립하고 증권감독원과 재경원의 구조적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한층 강화하는 일이다. 박경순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2일자).